인터뷰

[나는 개발자다] “터널서도 끊김 없는 카카오내비”…타협 없는 DNA가 비결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적당히 하다 보면 적당한 결과만 나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일하다 어려움에 부딪히면 타협부터 하거나 핑계를 찾는 경우가 있는데, 결코 그렇게는 하지 않는다는 게 저희의 경쟁력이라면 경쟁력입니다.”

판교 본사에서 만난 카카오모빌리티의 전상훈 위치및길안내플랫폼팀 팀장은 지난해부터 카카오내비에 적용된 이동통신 신호 기반의 융합실내측위기술 ‘핀’(FIN·Fused Indoor localizatioN)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동안 길안내 서비스는 어디까지나 GPS(위치정보시스템)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고, 때문에 GPS 신호가 잘 닿지 않는 터널 안에서는 부정확한 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핀’은 사용자 스마트폰의 LTE·5G 신호 패턴을 비교 분석해 터널·지하차도 안에서도 위치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로, 기존 3km까지 벌어졌던 터널내 오차 범위를 50m 수준까지 좁혀 정확도를 크게 향상시켰다.

전 팀장은 “당시에는 길안내 서비스가 GPS에 한정돼 있었는데, 회사가 모빌리티 전반으로 방향을 넓혀나가려면 서비스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 개발 배경을 전했다. 2015년 무렵 연구원이자 교수로 일하고 있던 전 팀장이 카카오모빌리티에 본격적으로 합류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당시 카카오모빌리티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이 기술을 공동연구하고 있었는데, 기술이 학문에 멈추지 않고 실제 일상에 적용되는 것이 의미 있을 거라고 봤다”고 말했다.

그 결과, 카카오모빌리티는 작년 4월 ‘핀’을 적용한 카카오내비 시범서비스를 강남순환로 3개 터널에서 선보였고, 올해 5월 전국 터널과 지하차도로 이를 확대했다. ‘핀’을 실제 내비게이션 서비스에 적용해 상용화한 것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시도가 처음이다. 하지만 전 팀장은 이 작업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전 팀장은 “강남 순환도로로 시작해 시범 장소를 늘려나갔는데 도로마다 환경이 다 달랐기 때문에 신호 변화도 제각각이었다”며 “이를 다 커버하려니 시스템이 너무 복잡해졌고, 최적화하기가 쉽지 않아 중간에 코드를 한번 갈아엎기도 했다”고 말했다. 도로 상황에 따라 무수히 생겨나는 변수들에 일일이 대응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는 “결과적으로는 정확도가 특히 낮은 데이터들을 위주로 로직을 핀셋 수정해나가는 방식으로 개선했고, 딥러닝 등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내비의 ‘핀’ 기술 고도화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핀’이 바꾼 변화는 긍정적이었다. 전 팀장은 “‘핀’ 시범서비스 당시 길안내 이탈율은 평균 10% 수준으로 개선됐고, 특히 이탈율이 높았던 사당IC 방면과 신림로 출구 등에서 20~30% 개선 효과를 얻었다”며 “무엇보다 위치 정확도가 평균 50m로 크게 좋아졌다고 밝혔다. ‘핀’을 적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적용했을 때 GPS 음영지역에서의 측위 오차 범위가 26% 수준으로 대폭 줄어든 것이다.


전 팀장은 벌써 다음 스텝을 기대하고 있다. GPS 한계에 머물렀던 위치 안내가 터널로 확대됐다는 것은, 곧 더 많은 확장성이 가능하다는 점을 뜻한다. 전 팀장은 “예를 들어 지금은 국제공항이나 대형몰에서 자세한 길안내 서비스를 받을 수 없지만 ‘핀’과 같은 기술을 더 고도화해서 적용하면 건물안, 실내에서도 자세한 길안내 서비스가 가능해질 수 있다”며 “비단 길안내 뿐만 아니라 실내 자율주행차나 배송 로봇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는 옵션들을 검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팀장은 “카카오T와 카카오내비는 현재 가장 많은 이동 데이터를 발생시키는 플랫폼”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서비스를 내고 있고, 다시 이 서비스들을 통해 흡수한 데이터로 차별화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카카오모빌리티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동에 관해서라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자기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개발 환경도 이 같은 자신감의 배경 중 하나다. 전 팀장은 “카카오모빌리티는 회사와 직원이 같이 성장할 수 있는 회사이고 능력 있는 동료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일하고 있다”며 “‘핀’ 같은 경우도 저희 팀이 주도하지 않았다면 아마 프로젝트가 성립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팀장은 “프로젝트는 혼자하는 게 아니라 내부에서 여러 사람들이 협력한 결과”라며 “많은 개발자들과 비개발자들의 노력에 감사 인사를 표하고 싶다”고 전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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