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케이팝과 만나면 어떤 시너지 낼까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최근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가 음악 산업에 접목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케이팝(K-POP)과 어떤 시너지를 낼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디지털 전환 등 트렌드에 잘 적응할뿐더러, 굿즈 판매가 활발한 케이팝의 특징이 NFT와도 잘 접목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NFT란 토큰 1개의 가격이 일정한 일반적인 가상자산과 달리, 토큰마다 고유 가치를 지니는 것을 말한다. 게임 아이템이나 디지털 예술품 같은 희소성 있는 재화를 블록체인 상에서 토큰화할 때 쓰이며, 최근에는 음악 산업에서 음반이나 굿즈를 NFT로 발행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소유권과 거래기록은 모두 블록체인 상에 저장된다.
◆국내 아티스트들, NFT 도입 활발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이돌 그룹 등 대중음악 아티스트들이 NFT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 세계 550만명의 팬을 보유하고 있는 보이그룹 ‘에이스(A.C.E)’는 지난달 왁스 블록체인 기반 NFT로 굿즈를 제작한다고 밝혔다. NFT에는 에이스가 그동안 발매한 4개 앨범의 멤버 별 사진, 뮤직비디오 장면 등이 담겼다.
선미와 어번자카파, 박원 등이 소속된 엔터테인먼트사 어비스컴퍼니도 지난 21일 NFT 플랫폼 ‘디파인’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어비스컴퍼니 소속 아티스트들이 팬들과 NFT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또 국내 유명 레게 아티스트 스컬은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 ‘더 샌드박스’에서 가상공간을 인수하고, 해당 공간을 콘서트 및 팬미팅 용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더 샌드박스 내 가상공간은 ‘랜드(LAND)’로, 랜드 자체가 NFT다.
◆NFT, 왜 음악산업에서 주목할까?
NFT가 음악 산업에서 활용되는 가장 큰 이유는 팬과 아티스트 모두 ‘윈-윈(Win-win)’ 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아티스트가 음원이나 굿즈를 NFT로 제작해 판매할 경우, 블록체인 상에서 거래되므로 중개자가 없다. 현재 음악 산업에서는 아티스트의 음원이 대부분 스트리밍으로 소비되는데, 스트리밍 시 아티스트가 가져가는 수익은 크지 않다. 스트리밍 플랫폼과 소속 레이블에서 가져가는 수익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반면 NFT로 음원을 판매하면 수익을 가져가는 중간단계 사업자가 없다.
팬들 역시 특별한 경험을 누릴 수 있다. NFT가 토큰마다 고유 가치를 지니는 만큼, NFT로 판매되는 굿즈는 모두 가치가 다르고 복제가 불가능한 한정판이다. 팬은 한정판 굿즈를 구매함으로써 아티스트와 직접 소통할 수 있다. 또 코로나19로 아티스트와 물리적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디지털 세상에서 소통하는 게 가능하다. 구매한 굿즈는 NFT 거래 플랫폼에서 다른 팬에게 판매할 수도 있으며, 이 때 판매 기록은 모두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유명 DJ 블라우(3LAU), 싱어송라이터 라이언 테더(Ryan Tedder) 등 아티스트의 음원을 NFT화한 오리진프로토콜의 조시 프레이저(Josh Fraser) CEO는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NFT를 이용할 경우, 아티스트는 창작물을 더 오랜 기간 동안 수익화할 수 있다”며 “NFT는 아티스트와 팬을 직접 연결하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케이팝이 특히 유리한 이유…굿즈 문화 발달‧디지털전환 활발
여러 음악 분야 중에서도 케이팝은 NFT가 잘 스며들 수 있는 분야다. 우선 굿즈에 돈을 아끼지 않는 문화가 NFT 판매에도 유리하다.
케이팝 굿즈 시장 규모는 이미 연간 15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아이프라이스가 지난해 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표적인 케이팝 아이돌그룹 블랙핑크, 트와이스, BTS의 팬들은 1년 간 평균 665달러, 824달러, 1422달러를 소비한다. 이 중 굿즈 구매가 차지하는 비용은 상당하다. 각각 349달러, 173달러, 545달러를 쓴다.
아티스트가 직접 굿즈를 NFT로 발행할 경우 자신의 창작물을 팬들에게 바로 판매할 수 있고, 팬들이 경매에 참여하는 것도 볼 수 있다. 한 번 팔린 NFT는 세컨더리마켓에서 더 높은 가격에 팔릴 수 있고, 창작자는 그 때마다 수수료를 일부 받게 된다. 또 자신의 창작물이 얼마나 더 높은 가격에 팔렸는지 블록체인 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케이팝이 디지털전환에 익숙한 점도 NFT와 잘 결합될 수 있는 이유다. 케이팝이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성공한 요인으로도 SNS 등 디지털 도구를 잘 활용한 점이 꼽힌다.
최근 케이팝의 디지털전환은 메타버스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메타버스는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사회적경제적 활동이 일어나는 3차원 가상공간을 말한다.
지난해에는 네이버제트의 메타버스 ‘제페토’에서 블랙핑크의 팬사인회가 열렸고, 최근에는 SK텔레콤이 메타버스에서 케이팝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선보이는 ‘케이팝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케이팝과 메타버스 간 결합 사례가 늘고 있다.
메타버스에서 많이 쓰이는 기술 중 하나가 NFT다. 메타버스 내 경제활동을 위해 블록체인 상에서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는 NFT가 쓰이고, 메타버스 내 아이템을 외부에서도 판매하는 데 NFT가 쓰인다. 케이팝과 메타버스 간 결합이 확대될수록 케이팝에서 NFT를 활용할 여지도 커진다.
블록체인 메타버스 ‘더 샌드박스’의 이요한 매니저는 최근 아티스트 스컬의 합류 소식을 전하면서 “가상공간에서 콘서트를 진행하고 한정판 NFT를 판매함으로써 아티스트들에게 새로운 수익을 가져다 주는 흥미로운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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