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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K콘텐츠 뒷면엔…유료방송 계약관행 여전히 ‘후진’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전세계에서 한국 콘텐츠 위상이 이전과 달리 높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국내에서는 제값을 받지 못하는 후진적 계약관행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영화 ‘기생충’이 전세계를 휩쓴 후, 최근 영화 ‘미나리’ 주인공 윤여정 배우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타는 영광을 안았다. 한국 콘텐츠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성공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으며, 킹덤부터 승리호까지 재미를 톡톡히 본 넷플릭스는 5500억원 투자를 약속했다. 그러나, 정작 콘텐츠 업계는 국내 유료방송시장에서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계약 구조에 놓여 있다.

국회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선공급 후계약 채널거래 금지를 담은 개정안을 여야 할 것 없이 내놓았다. 인터넷TV(IPTV) 사업자는 넷플릭스 등 해외사업자와는 먼저 계약을 진행한 후 콘텐츠를 공급하는 방식을 채택하면서도, 국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는 콘텐츠를 공급한 후에야 계약을 맺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지난해 12월 정필모 의원(더불어민주당)에 이어 지난 27일 정희용 의원(국민의힘)이 관련 개정안을 올렸다.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법안소위를 열고 양 법안을 병합 논의했으나, 결국 보류됐다. 중소PP 보호안을 만드는 등 추가적인 법적 안전장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개정안 보류 소식에 PP업계는 반발했다. 선공급 후계약 관행은 콘텐츠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지속 가능한 한류를 어렵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PP가 다양한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 제공할 때 시청자 유료방송 만족도가 늘어나고 산업도 동반성장할 수 있는 만큼, 왜곡된 시장구조를 바로 잡아달라는 요청이다.

PP업계 관계자는 “당해연도 콘텐츠 가격을 연말이 돼서야 협상하는 기이한 구조는 한국에만 있는 관행”이라며 “채널권을 가진 플랫폼사 우월적 지위 때문에 정당한 프로그램 사용료 책정은커녕 연말에나 겨우 계약을 맺고 대가를 정산받아 콘텐츠 재투자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IPTV업계는 선공급 후계약 문제점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대형PP가 블랙아웃을 야기시킬 수 있는 만큼 중소PP와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추가적인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IPTV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 금지행위 때 PP에 대해서도 사후규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대형 PP가 재방송 위주 경쟁력 없는 자사 채널에 좋은 번호를 받기 위해 계약을 의도적으로 지연하는 경우도 있다. 선계약 후공급 원칙에 따라, 일정 기간까지 협상되지 않으면 블랙아웃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협상력이 큰 대형PP들 먼저 계약을 끝낸 후 중소PP와 협상해야 한다”며 “재원은 한정돼 있는 만큼, 협상력 우위에 있는 PP들 계약이 끝나면 중소PP가 가져갈 몫이 적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PP업계는 시장의 전체 파이를 결정하는 플랫폼사가 오히려 대형PP에 치르는 대가를 빌미로 중소PP의 몫을 줄이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반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PTV 방송제공사업 재허가 조건에 따르면 IPTV는 연말까지 일반 채널과 중소‧개별PP 프로그램사용료 지급계획을 제출하고, 매년 해당 사용료 지급 규모 및 전년 대비 증가율을 공개해야 한다.

한편, 법안소위에서 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했으나 여야 공감한 법안이라는 점, IPTV도 불공정 관행을 인식하고 있다는 부분 등에 기반해 올해 재심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글로벌 사업자 중심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콘텐츠 사업 관심이 높아진 만큼, 추가적인 입법 보안을 통해 다시 국회 논의의 장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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