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SK텔레콤이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협력을 놓고, 디즈니플러스가 아닌 다른 선택지들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애플TV, 아마존프라임과도 협력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에서 기자들과 만나 디즈니 OTT ‘디즈니플러스’ 협력을 사실상 부인했다.
디즈니플러스는 연내 국내 출시를 앞두고, 국내 사업자와 협의를 타진하는 중이다. 처음엔 박정호 대표가 디즈니와 긍정적인 논의를 이어갔지만, 현재 KT와 LG유플러스가 주요 후보로 부상했다.
이와 관련 박 대표는 “예전 디즈니 최고경영자(CEO)와 협력관계를 하기로 잘 이야기했었으나, 새로운 매니지먼트는 웨이브를 디즈니 OTT 상용화에 있어 경쟁자로 정의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월트디즈니컴퍼니 밥 아이거 CEO는 갑작스럽게 사임했으며, 후임으로 밥 차펙이 선임된 바 있다.
박 대표는 넷플릭스와 OTT 제휴 가능성을 내비쳤다. 넷플릭스는 국내 인터넷TV(IPTV) 3사 중 LG유플러스와 가장 먼저 독점 계약을 맺은 후, KT로 제휴관계를 넓혔다. 박 대표는 지난 2019년 11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때 넷플릭스 CEO와 만난 바 있다.
박 대표는 “부산에서 넷플릭스 리드 헤이스팅스 CEO와 때가 되면 만나자고 했다. 넷플릭스와 웨이브 포트폴리오는 협업 가능하다”며 “이 때는 막 웨이브를 시작하고 있을 때였다. 규모가 되면 만나자고 했는데, 코로나19 상황만 아니면 넷플릭스와 이야기를 한 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현재 SK텔레콤 미디어 자회사 SK브로드밴드는 망 사용료 문제로 넷플릭스와 소송까지 진행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박 대표는 “OTT 협력과 별개로 다른 나라와 비차별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넷플릭스와 협력한다 해도, 주장할 건 하고 망 사용료 낼 건 내야한다. 투자할 건 투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OTT 시장 규모를 만들고, 한국 콘텐츠가 잘 나갈 수 있는 건강한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답”이라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은 애플TV, 아마존프라임도 주요 협력 파트너로 고려하고 있다. 한국은 올해 넷플릭스가 5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할 정도로, 중요한 콘텐츠 시장이다. 디즈니플러스에 이어 넷플릭스 아성을 위협하는 주요 글로벌 OTT 국내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들과 협력관계를 넓히면 웨이브와 국내 콘텐츠가 해외로 수출하는 길도 열릴 수 있다.
박 대표는 “당연히 (애플TV와도) 하고 있다. 노력하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협력 가능성도) 당연히 있다”며 “현재 한국 콘텐츠는 미국 현지 교민 대상으로 주로 소비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를 고려한다면, 아마존 프라임에 진입할 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박 대표는 반도체 파운더리에 대한 투자의지도 내비쳤다. 박 대표는 SK텔레콤 사장뿐 아니라 SK하이닉스 부회장도 겸임하고 있다. 또한,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인공지능(AI) 반도체 ‘사피온(SAPEON) X220’을 선보였는데 생산은 대만 반도체 파운더리 업체 TSMC가 맡는다. 이날 행사에서 박 대표가 강조한 부분 중 하나도 AI 반도체였다.
박 대표는 “삼성도 파운더리를 하지만, 우리도 파운더리에 더 투자해야 한다. 국내 팹리스들이 많이 요청하는 사항이 TSMC 정도 레벨의 서비스를 해주면 국내 여러 많은 벤처들이 기술,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고 한다”며 “이에 공감하고,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