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취재수첩] 연봉인상 릴레이…통신사 MZ세대 부글부글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넥슨발 연봉인상 릴레이가 전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게임업계를 시작으로 정보기술(IT) 기업 전반에서 평균 연봉이 오르고 있다. 이미 카카오와 네이버, 엔씨소프트는 억대 연봉 기업 행렬에 올랐다. 2014년 기준 국내 500대 기업 중 1억원 이상 급여를 지급하는 곳은 삼성전자와 SK텔레콤에 불과했다.

상황은 달라졌다. 게임‧플랫폼사 중심으로 경쟁적으로 연봉 및 성과급 인상을 발표하고 있다.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융합산업 시대에 들어서면서, 성장가도에 올라탄 플랫폼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인재유치에 나서고 있다. 개발자 몸값은 치솟았고, 초봉 6000만원 시대가 열렸다.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게임빌, 컴투스, 크래프톤, 웹젠, 요기요, 직방 등은 8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까지 연봉‧초봉 상향안을 내놓았다.

출혈경쟁이라는 우려도 존재하지만, 그만큼 미래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이들의 역량이 커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과거 정보통신기술(ICT) 중심에 서 있던 통신사 입장에서는 비상등이다. 통신3사 또한 신사업을 내세우며, 탈통신 전략을 꾀하고 있다. 통신을 의미는 텔코를 떼고, 플랫폼기업으로 나아간다는 선언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인재 유치전에서 밀리고, 상대적으로 내부 임직원의 상실감까지 더해지고 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SK텔레콤 임직원 평균 연봉은 전년대비 500만원 늘어난 1억2100만원, KT는 300만원 오른 8800만원, LG유플러스는 100만원 감소한 7900만원을 기록했다. 수치로는 SK텔레콤이 가장 많이 올랐지만, 임원들 연봉까지 포함되는 만큼 실질적으로 직원 급여가 많이 올랐다고 볼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SK텔레콤 임원은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28억원 이상까지 올랐다. 카카오 투자 수익률이 급증하면서, 이에 대한 일회성 상여가 지급됐기 때문이다. 임직원 연봉이 줄어든 LG유플러스도 CEO 연봉은 31% 늘었다.

SK텔레콤이 가장 먼저 터졌다.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란이 SK텔레콤으로 번졌다. 전년대비 21.8%나 영업이익이 오르며 실적은 우상향했지만, 임직원 성과급은 20% 줄었다. 노조는 반발했다. 불명확한 성과급 지급 기준에 대한 개선까지 함께 요구했다. 이와 동시에 IT업계 연봉인상 경쟁 신호탄이 터졌다. SK텔레콤은 ICT산업 전체에서 치열해지는 최고수준 인재를 확보하고 보상하겠다는 의지라고 밝히며, 전직원에게 임급협상 타결금 800만원을 지급하고 성과급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봉합됐지만, KT와 LG유플러스 과제는 남아있다. KT의 경우, 제2노조인 새노조를 통해 성과급 제도 개편을 요구했다. KT 배당금은 2015년 500원에서 2020년 1350원으로 올랐지만, 성과급은 제자리라는 설명이다. 더군다나, 상당수 임직원이 개인의 역량보다는 소속된 부서 성과에 따라 연봉이 결정된다. 우수인재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KT새노조는 공식 노조가 아니기 때문에 수십여명에 불과한 조직이다. SK텔레콤처럼 공식노조가 나서야 협상테이블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사 일부 직원들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KT의 경우, 블라인드 앱 등을 통해 연봉 및 성과급을 문제삼지 않는 KT노조위원장 이름을 언급할 정도다. 이미 일부 직원들은 다른 기업으로 이직하는 스터디를 만들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LG유플러스는 9년차 과장 연봉(5400만원)이 직방 초봉(6000만원)보다 적다는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시장은 과거와 달리 무조건적인 회사에 대한 충성심보다 공정함과 투명함을 요구하는 데 주저 없이 목소리를 내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역할이 주효해진 단상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회사 중심축으로 성장하고 있는 핵심인력인 만큼, 이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만은 없다. SK하이닉스‧SK텔레콤이 달래기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통신사가 MZ세대 임직원을 합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어야만, 달콤한 제안을 곳곳에서 흘리는 주변 ICT업계로의 인재 유출을 막고 우수한 인력을 유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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