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투자 규모, 美 SK이노베이션 공장 캐파·고용 상쇄
- LG에너지솔루션 의존도↑·조지아주 불만 지속, 변수

[디지털데일리 윤상호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에 5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미국 배터리 생산능력(캐파)을 2025년까지 약 145기가와트시(GWh)까지 확대한다. 미국 직접 고용 인원은 6500여명 이상으로 늘어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미국 소송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12일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미국 배터리 캐파 증설을 위해 5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미국에서 미시간주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캐파는 5GWh다. GM과 합작법인(JV) 얼티엄셀즈는 오하이오주에 공장을 짓고 있다. 캐파는 35GWh다. 내년 가동한다.

5조원은 자체 캐파 확보에 쓴다. 70GWh를 추가한다. 상반기 후보지 2곳 이상을 선정할 계획이다. 얼티엄셀즈 추가 투자도 검토한다. 지금 건설 중인 공장과 비슷한 규모다. 역시 상반기 부지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제2공장 가동은 2023년이 목표다. 투자를 완료하면 LG에너지솔루션 75GWh 얼티엄셀즈 70GWh 총 145GWh를 확보한다. 고용도 커진다. 미시간주 공장 1400여명 얼티엄셀즈 1100여명 포함 6500여명으로 확충한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투자는 SK이노베이션과 소송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 최종판결에서 승소한 상태다. ITC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등에 대해 10년 수입 및 유통 금지 판결을 내렸다. 포드와 폭스바겐에 공급하는 일부 제품은 각각 4년과 2년 유예기간을 뒀다. 최종판결은 미국 대통령이 효력 발생 여부를 확정한다.

SK이노베이션과 고객사, 미국 조지아주 정부 등은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미국 경제 악영향이 명분이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에 공장을 세우고 있다. 1공장은 2022년 2공장은 2023년 가동을 앞두고 있다. 총 21.5GWh 규모다. 2600여명의 일자리가 생긴다. ITC 최종판결을 유지하면 차질이 불가피하다.

외견상 LG에너지솔루션 투자는 SK이노베이션의 미국 투자를 상쇄한다. 미국 자동차 제조업 차질과 일자리 축소를 극복할 수 있다. 거부권 행사 명분을 없앨 수 있다.

다만 배터리 제조사 축소에 따른 자동차 제조사 협상력 약화와 조지아주의 반발은 피할 수 없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그린뉴딜 정책을 취하고 있다. 미국산을 우대하는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강화했다. EV 분야는 미국산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는 전기자동차(EV)에 대해 10% 추가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 정부 사용 EV는 미국산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북미 배터리 수요는 올해 63GWh에서 2025년 312GWh로 급증할 전망이다. 2021년 미국산 배터리 캐파 예상치는 39GWh(가동률 70% 기준)다. 건설 중인 곳을 포함해도 공급이 부족하다. 또 자동차 제조사 직접 생산과 JV를 제외한 배터리 업체 공장은 건설 중인 곳을 포함 ▲파나소닉 ▲LG에너지솔루션 ▲AESC ▲SK이노베이션 4곳이다. 파나소닉은 전량 테슬라에 납품한다. AESC는 닛산에 물량을 댄다. 나머지 업체 선택지가 없다.

조지아주 경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새로운 배터리 공장이 조지아주에 들어선다는 보장이 없다. 조지아주는 이번 미국 대선과 총선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공화당 강세였지만 대선과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을 선택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영향력이 여전한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으로써는 신경이 쓰이는 지점이다. 물론 SK이노베이션 미국 공장 운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ITC 판결은 수입품에만 적용된다. 배터리 생태계 전체를 미국에 조성하면 된다.

한편 ITC 최종판결 대통령 확정 여부 마감일은 오는 4월11일(현지시각)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협상은 평행선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협상액을 낮출 가능성은 적다. SK이노베이션이 협상액을 올릴 가능성도 낮다. 4월11일까지 현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사실상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 요구 조건은 수용 불가능”이라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연방영업비밀보호법에 근거한 제안을 무리한 요구라 수용불가라고 언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문제해결에 대한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기준은 향후에도 일관되게 유지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