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취재수첩] 버벅이는 2년차 온라인 개학이 불편한 이유

이종현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지난해 코로나19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이뤄졌다. 예기치 못한 전염병 확산으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기에 크고 작은 문제가 잇따랐다. 본래 개학일보다 1개월 이상 늦춰지기도 했다.

첫 온라인 개학인 만큼 다소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비판보다는 응원의 목소리를 전하는 이들이 많았다. 시행착오를 거쳐 더 나은 교육 시스템이 완성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해가 바뀌었다. 온·오프라인 병행 교육이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2학기를 거쳐 겨울방학 기간, 충분하다고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지난해 2학기에 심각한 장애가 없었던 만큼 무난한 개학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3월 2일 개학 당일 예상이 빗나갔다. 출석을 확인하는 오전 9시경 공공 학습관리시스템(LMS) ‘e학습터’가 먹통이 됐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10분가량의 짧은 장애였다고 밝혔지만 학부모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1시간 이상 끊김 현상이 발생했다는 불만글이 줄을 이었다.

장애가 부각된 e학습터에 비해 또다른 LMS인 ‘EBS 온라인클래스’는 잠잠했다. 커뮤니티에서는 개학 첫날 온라인클래스도 접속장애, 끊김 등의 현상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EBS 측은 “접속 장애는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온라인클래스의 문제가 부각된 것은 개학 이튿날인 3일부터다. 교육청은 개학을 앞두고 대규모 시스템 고도화 작업을 수행했다. 화상수업 등 민간 기업이 서비스하던 서비스 다수를 온라인클래스에 탑재했다. 그리고 이게 독이 됐다.

교육부는 2월15일 시범 개통, 2월23일 기능 정상화, 3월2일 정식 개통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현직 교사에 따르면 온라인클래스는 23일까지도 미완성이었다. 다수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고 접속이 끊기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교사 및 관계자들만 접속하는 방학 기간이었음에도 말이다. 교사들은 테스트 기간에 시스템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건의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결국 개학 직전까지 시스템은 안정화되지 않았고, 미완성된 상태로 개학일을 맞이했다. 잦은 접속 장애는 물론이고 강의 업로드가 안 되는가 하면 화상수업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2~4일 현장의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트렸지만 교육부는 별다른 사과나 개선안을 내놓지 않다가 문제가 지속하자 5일에서야 오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사과 이후에도 자잘한 오류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교육부는 10일 또 한번의 사과를 했다. “오는 주말이면 모든 기능은 아니더라도 수업에 필요한 주된 기능은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교육의 질이 떨어졌다는 비판은 여기저기서 나온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이런 비판을 직면해야 할 현장 교사들로서는 갑갑할 노릇이다. 사전에 우려를 표명했음에도 교육부가 무리하게 일정을 추진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달라진 환경에서 더 나은 수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현장 교사들을 위해서라도 조금 더 세심한 지원과 분발을 촉구한다.

<이종현 기자>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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