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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악재에 KBS 수신료 인상 어디로 가나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엎친 데 덮친 격이요. 이쯤되면 사면초가다.

수신료 인상을 추진 중인 KBS에 잇달아 악재가 터지고 있다.

방송시장 환경 변화로 지상파 방송사들의 광고 수입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KBS는 안정적 재원 마련을 위해 월 2500원인 수신료를 384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KBS 수신료는 1981년 2500원으로 결정된 이후 40년째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다. 노무현 정부 이후 모든 정부가 인상을 추진했지만 야당의 반대에 국민들로부터 공감대도 형성하지 못하며 무산됐다. 올해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과거와 다른 점은 지상파 방송을 대체할 수 있는 콘텐츠 이용환경이 조성된데다 과거 어느때보다 국민적 실망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KBS 화면
KBS 화면

◆ 잇달아 터지는 악재

KBS 이사회는 1월 27일 수신료 인상방안을 상정하고 본격적으로 수신료 인상 논의에 들어갔다. 방송통신위원회나 여당에서는 KBS 수신료 인상에 긍정적이다. 공영방송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재무적으로 안정돼야 한다.

하지만 과거부터 지금까지 수신료 인상의 전제조건이 붙었다. 바로 KBS 내부의 치열한 '자구노력'이다. KBS 수신료는 전기요금에 함께 청구된다. 세금에 준하는 성격이다보니 국민적 동의는 필수다.

하지만 수신료 인상방안을 추진하자마자 악재가 여기저기서 출몰하고 있다. 먼저 연봉 1억원 이상의 고액연봉자가 절반에 달하는데다 전체 직원의 3분의 1 가량이 무보직자인데 대부분 연봉 1억원 이상의 고액연봉자들이다. 연봉에 걸맞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이 알려지며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에 직면했다.

여기에 KBS 한 직원이 직장이 커뮤니티에 “아무리 욕해봐야 정년보장에 평균연봉 1억원이고 부러우면 입사하라”라고 글을 올리며 기름을 부었다.

특히, 수신료의 경우 시청가구 수 증가로 10년간 1000억원이 늘어났는데 여전히 수신료 인상에만 매달린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에는 모 아나운서의 편파 방송 논란에 얼마전에는 설기획으로 방영한 '조선팝 어게인'의 배경화면에 일본식 고성이 등장해 논란이 됐다. 하필이면 주가가 치솟고 있는 이날치 밴드 무대에서 발생했다.

며칠이 멀다하고 터지는 악재에 야당은 물론, 국민의 시선도 차갑다. 미디어오늘과 리서치뷰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6%가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유료방송·OTT로도 충분

표면적으로는 고액연봉, 직원 및 프로그램에서의 부적절한 실수 등이 지적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방송시장 환경변화와 콘텐츠 경쟁력 저하도 한 몫하고 있다.

과거 아날로그 방송 시대 TV에서 볼만한 프로그램은 거의 대부분 지상파 프로그램이었다. 유료방송이라고 해봐야 CJ나 온미디어, 영화채널 정도가 볼만한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IPTV가 등장하고 방송의 디지털전환 등이 이뤄지면서 종합편성채널을 비롯한 수많은 채널사용사업자(PP)가 등장했다.

여기에 넷플릭스, 유튜브 등 거실TV에서 프로그램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로 시청경험이 빠르게 전환됐다. 국민들은 더 이상 TV가 아닌 스마트폰을 필수매체로 생각하고 있다. 젊은층은 넓은 화면에서 넷플릭스를 보려 TV를 샀는데 KBS가 수신료를 걷어가는 것에 대해 불만이다.

시청률, 콘텐츠경쟁력도 절대강자에서 내려온지 오래됐다. 오히려 화제성, 온라인 조회수, 댓글 수 등 단순 시청률이 아닌 콘텐츠 영향력 측면에서도 점점 PP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CJ ENM이 지상파 방송과 주요 PP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콘텐츠 영향력 지수(CPI, 2월 첫째주 기준)에 따르면 상위 10위 프로그램 중 지상파 프로그램은 나혼자산다(MBC), 런닝맨(SBS) 뿐이다. 상위 20위권까지 범위를 넓혀봐도 지상파 프로그램은 6개 뿐이다.

tvN은 이미 지상파를 넘어설 정도의 영향력을 갖췄고 종편PP 역시 점차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이들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지상파 방송의 영향력은 점점 축소되고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영향력과 가치를 시청률과 화제성 등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다. 특히,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재난방송이나 다큐, 교육, 어린이 등 공적인 가치에 초점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지상파 방송의 광고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KBS 수신료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수십년째 반복되고 있는 '자구노력'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이번 정권에서도 수신료 인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유료방송 요금에 넷플릭스나 웨이브 등 복수의 OTT에 가입하는 시청자도 적지 않다. 1만원 남짓의 OTT 요금보다 2500원이 아까운 이유는 KBS에 대한 기대감과 현실에 대한 괴리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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