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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대신 뉴욕증시 택한 쿠팡, ‘공격투자’ 이어갈까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쿠팡이 이르면 내달 뉴욕 증시에 입성한다. 지난 2011년 김범석 쿠팡 의장이 쿠팡 창립 1주년 자리에서 미국 상장 계획을 처음 밝힌 이후 10년 만이다. 상장 후 쿠팡의 기업가치는 최소 30조원에서 50조원 이상까지 전망되고 있다. ‘한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쿠팡의 공격적인 영역 확장이 기대된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현지시각 1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클래스A 보통주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쿠팡은 보통주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CPNG’ 종목 코드로 상장할 계획이다. 상장 대상 보통주 수량 및 공모가 범위는 결정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증권신고서가 제출되지 않을 예정이다.

NYSE 기업공개(IPO) 가이드에 따르면, SEC 신고서를 제출한 후 투자자 대상 로드쇼와 공모가 책정 등을 거쳐 대략 3~4주 안에 상장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다. 뚜렷한 변수가 없다면 쿠팡의 NYSE 데뷔는 3월 중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쿠팡은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구글과 아마존 등 기술 기업들이 주로 상장한 나스닥은 NYSE보다 하이테크 기업에 개방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더욱이 누적 적자를 안고 있는 쿠팡으로서는 이익을 내지 않아도 미래 성장 가치를 보는 나스닥의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장벽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쿠팡은 그러나 안정적인 투자금 확보를 위해 나스닥보다 규모가 큰 NYSE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뉴욕에 있는 NYSE은 세계 최대 규모 증권거래소로 꼽힌다. 쿠팡이 지난해 코로나19 수혜로 적자폭을 크게 줄이며 기업가치가 오른 점도 한 수다. 또는 NYSE 상장을 완료하고 나스닥 IPO를 추진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쿠팡이 이번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최근 쿠팡의 영업손실은 2019년 6억4383만달러(한화 약 7127억원)에서 지난해 5억2773만달러(약 5842억원)로 적자폭이 1억1610만달러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매출 또한 119억6700만달러(약 13조2600억원)로, 전년(약 7조1530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증권 업계에서는 쿠팡이 머지 않은 수년 내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 외신들은 쿠팡의 기업가치가 최소 30조원을 웃돌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달 블룸버그통신은 쿠팡의 기업가치를 300억달러(약 33조원)로 내다봤으며,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쿠팡의 평가액이 무려 500억달러(약 55조4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평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으로 500억달러 이상의 시장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추정했다.

쿠팡의 이번 IPO는 공격적인 사업 확장과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다. 그동안 쿠팡은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등으로부터 34억달러(약 3조76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으나, 2018년 이후 추가 투자가 끊긴 상황이다. 작년 3분기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발표했다. 하지만 쿠팡이 뉴욕 증시에 상장되면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해져 고갈되어 가는 투자금을 확충할 수 있게 된다.

쿠팡은 최근까지 물류 투자에 더해 전방위적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2014년 자체 배송인 ‘로켓배송’을 출시하면서 연간 거래액을 약 17조원까지 끌어올렸으며, 이후 음식배달 서비스 ‘쿠팡이츠’를 선보이고, 간편결제 쿠페이를 ‘쿠팡페이’로 분사시켰다. 이어 작년 말 월 2900원에 로켓배송부터 OTT인 쿠팡플레이까지 이용할 수 있는 ‘와우 멤버십’ 구독 모델을 내놓고 이용자 락인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쿠팡은 이른바 ‘쿠팡맨’을 비롯한 직원들에게 최대 1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지급할 계획이다. 쿠팡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우리의 직원들과 일선 근무자들은 쿠팡의 중추이며 성공의 이유”라며 “코로나19 속 고객에 대한 헌신을 감안해 일선 근무자와 비매니저급 직원들에게 최대 1000억원대 주식 보상을 승인하겠다”고 밝혔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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