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최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인 스포티파이가 조만간 한국에 상륙합니다. 스포티파이는 국내 음원 시장에서 기대와 우려를 한몸에 받고 있는데요. 앞서 애플뮤직이나 유튜브뮤직이 한국 서비스를 개시했을 때와 분위기는 비슷합니다.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한 스포티파이의 경쟁력이 한국에도 통할 것이냐, 혹은 굳건한 국내 음원 생태계의 벽을 넘지 못할 것이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립니다.
일단 스포티파이의 강점은 명확합니다. 6000만 곡 이상의 트랙과 40억 개 이상의 플레이리스트를 가진 세계 최대 음원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단순히 음원 개수가 많다는 것 이상으로, 스포티파이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맞춤형 큐레이션(추천 서비스)으로 특히 유명합니다. 이용자의 성향과 이용패턴을 분석하고 좋아할 만한 음악을 잘 추천해주기 때문에, 요즘 대세인 개인화 트렌드에 적합한 것이죠.
가격 경쟁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스포티파이의 해외 이용료는 월 9.99달러(약 1만900원)로, 국내 음원 플랫폼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최대 6명이 함께 쓰는 가족 이용권(월 14.99달러·약 1만6300원)도 있어, 이를 구매하면 한 사람당 3000원꼴로 가격이 내려갑니다. 국내에도 똑같이 적용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스포티파이가 한국 서비스 출시와 함께 대규모 마케팅을 펼칠 것이란 얘기도 들려옵니다.
하지만 국내 음원 플랫폼들이 마냥 두고 보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의외로 국내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오랫동안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멜론을 비롯해 지니뮤직과 플로(FLO), 바이브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죠. 알고 보면 모두 네이버(바이브)와 카카오(멜론)와 같은 대형 플랫폼이나 SK텔레콤(플로)과 KT(지니뮤직) 등 통신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판입니다. 자본력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고, 다른 상품과 연계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음원 수급이 제일 문제입니다. 국내에서는 카카오M과 멜론, CJ와 지니뮤직 등 대형 음반 기획사와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이 각각 특수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카카오M은 아이유와 에이핑크 등 유명 가수들이 대거 소속돼 있고, 산하 음악 레이블도 다수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대형 음원 유통사로부터 국내 가수들의 음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아무리 스포티파이라도 외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당초 스포티파이는 국내 저작권신탁단체들과의 협상에서도 난항을 빚었습니다. 원래 지난해 가을 한국 서비스를 개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미뤄진 것이 이 때문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죠. 기존 국내 시장에서는 플랫폼과 음원 권리자(제작사와 가수·연주자 등) 음원 수익을 3대7 또는 4대6 수준으로 나눠가지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스포티파이는 이와 다른 계산법을 제시했다는 후문입니다.
스포티파이에 앞서 한국에 호기롭게 출사표를 던졌던 애플뮤직과 유튜브뮤직이 글로벌 플랫폼임에도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것 역시 이러한 이유들 때문입니다. 2016년 진출한 애플뮤직은 아직도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국내 음원 플랫폼 시장은 경쟁 구도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닐슨코리아에 따른 시장 점유율은 멜론이 37.9%, 지니 24.7%, 플로 17.4%, 유튜브뮤직 8.8% 순입니다.
그럼에도 스포티파이가 좀 더 주목을 받는 이유는 케이팝 시장에 대한 의지 때문입니다. 스포티파이는 한국 음악 시장을 전 세계 6위 규모로, 가장 가파르게 성장 중인 시장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 스포티파이의 케이팝 이용자들의 청취 비중은 지난 2014년 케이팝 허브 플레이리스트를 처음 선보인 이후 200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처럼 한국 시장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음원 라이센싱 계약과 각종 마케팅 등에서 보다 적극적인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과연 스포티파이는 애플뮤직이나 유튜브뮤직과 같은 길을 걷게 될까요? 아니면 국내 음원 플랫폼 구도에 새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요?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등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세계 무대를 두드리고 있는 지금, 스포티파이가 케이팝 허브 플랫폼이 될 수 있을지 앞으로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