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연간 1%도 성장 못 하는 中 반도체…‘슈퍼사이클’ 韓과 대조

김도현

- 中, 10년 동안 점유율 5.7% 상승…韓, 올해 설비투자액 1위 전망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중국 반도체 굴기가 사실상 실패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기대와 달리 수년 동안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미국 제재와 자국 기업의 대규모 프로젝트 좌초라는 '이중고'도 겪고 있다. 전망 역시 밝지 않다.

9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생산된 반도체는 전 세계 15.9%를 차지했다. 지난 2010년(10.2%) 대비 5.7% 상승이다. 매년 1%도 오르지 못한 셈이다.

문제는 이마저도 해외 기업에 의존한 점이다. 15.9%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TSMC 등 중국 공장에서 만든 제품도 포함된다. 순수 중국 업체 비중은 5.7%이다.

오는 2025년에는 19.4%로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 2015년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선언했다. 향후 10년간 1조위안(약 170조원)을 투입해 반도체 자급률 7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예상대로면 절반에도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다.

중국의 부진은 자국 기업 위기와 연관된다. 지난달 칭화유니그룹은 만기가 도래한 4억5000만달러(약 4900억원) 규모 회사채 원금을 갚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13억위안(약 2200억원)의 채권을 갚지 못하며 디폴트를 선언하기도 했다. 심각한 유동성 위기다.

이 회사는 칭화대가 지분 51%를 가진 중국 반도체 핵심으로 꼽힌다. 자회사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지난해 4월 128단 낸드플래시 개발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모회사가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메모리 사업 운영이 어려워졌다. 올해 가동 예정이던 D램 공장도 유명무실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미국 마이크론의 공격을 받았다. D램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상반기 중국 업체 중 처음으로 D램 판매를 개시한 CXMT의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다.

7나노미터(nm) 첨단 공정개발을 목표로 했던 우한홍신반도체제조(HSMC)는 자금난으로 우한시 둥시후구 정부에 인수됐다. 중국 지방정부가 제공한 20조원 이상 지원금은 공중 분해됐다. 청두거신, 난징더커마, 화이안더화이 등 거액이 투입된 프로젝트도 연달아 무산됐다.

미국 제재도 초대형 악재다. 화웨이는 지난해 9월 중순부터 반도체 구매경로가 전면 차단된 상태다. 중국 최대 위탁생산(파운드리) SMIC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미국 개인이나 기업의 투자를 받지 못하고 이들과 거래가 중단됐다.
반면 한국 반도체는 ‘슈퍼사이클’이 기대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0년 반도체 수출액은 970억달러(약 105조원)로 예상된다. 전년대비 3.3% 증가한 수준이다. 2021년은 1020억달러(약 111조원)로 전년대비 5.1%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18년(1267억달러)에 이은 역대 2번째 금액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반도체산업협회도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일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작년 대비 약 8∼10% 증가하고 메모리 시장은 약 13∼20% 오를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한국에는 메모리 1~2위 업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다.

2021년 국내 반도체 설비투자는 중국, 대만을 제치고 1위를 탈환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 한국 반도체 설비투자액 전망치는 189억달러로 중국(168억달러), 대만(156억달러)보다 많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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