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첫 개발자 컨퍼런스 ‘리빌(Reveal) 2020’을 10일 온라인 개최했습니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이 주최한 첫 개발자 행사이기도 한데요. 사내 개발자가 많기로 유명한 쿠팡이라 세간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현재 쿠팡의 개발자는 2000명 이상입니다. 물류 현장 인력을 제외한 사무직 기준으로 40% 가량 비중인데요. 이 개발자들이 어떻게 협업하고 혁신을 이끄는지 리빌 행사에서 공개됐습니다. 대표적 혁신 사례가 ‘새벽 배송’일 텐데요.
투안 팸 쿠팡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새벽 배송’을 힘줘 언급했습니다. 그는 몇 개월 전 쿠팡 입사를 결정짓게 된 주된 이유를 새벽 배송의 혁신과 열정에 크게 감명받아서였다고 전했습니다. 또 “고객의 삶을 크게 바꿀 수 있는 기회에 이끌렸다”고 밝혔습니다.
쿠팡이 내부에서 어떻게 혁신을 끌어내는지 간략하게 보면 이렇습니다. 우선 프로덕트 오너, 도메인전문가 그리고 비즈니스팀이 문제를 정의하고 모델링이 필요한 핵심 현상이 무엇인지 파악합니다. 구조화한 문제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과학자)에게 전달합니다. 이후 데이터 수집과 데이터 클리닝 단계가 있습니다. 데이터 재코딩, 트랜스포메이션 과정을 거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피처도 만듭니다. 모델에 적용하기 전 피처를 모아놓은 피처스토어도 있습니다. 팀 슈엔할(Tim Schoenharl) 시니어 디렉터는 “추상화 계층의 일종으로 데이터 피처와 모델 사이에 위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피처스토어에 빌드를 넣어놓으면 모든 개발팀이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엄격한 AB테스트 과정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쿠팡은 이를 위한 실험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투안 팸 CTO는 “실험 문화가 탄탄하게 자리 잡았다”며 “모든 기능을 설계하고 내놓을 때 AB테스트를 거친다. 매년 수천개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속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실험 플랫폼 도입이 큰 모험이 아니었나’는 외부 개발자 질문엔 “만드는데 어느 정도 리스크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나하나 테스트하지 않으면 어떻게 맞고 틀린지 알 수 있는가, 개선을 일으키는지 악화시키는지 왜 실패하는지 이유를 알고 조정해서 다시 테스트하는게 좋다고 본다. 그래야 더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언급하진 않았으나, 쿠팡의 혁신 프로세스를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중요한 직군이 있습니다. 바로 ‘통역’입니다. 쿠팡은 미국 실리콘밸리 등 전세계 오피스가 있는데요. 이들의 협업을 끌어내기 위해선 통역이 필수입니다.
현재 쿠팡엔 100명 이상의 통역 담당자가 있습니다. 평소엔 ‘왜 이렇게 통역 담당이 많을까’ 막연하게만 생각했는데, 이날 개발자 컨퍼런스를 들으며 명쾌하게 이해됐습니다.
리빌 2020은 여타 개발자 컨퍼런스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쿠팡이 직접 통역에 나섰고요. 개발팀, 비즈니스팀과 수없이 협업해온 통역의 역량이 빛을 발한 행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쿠팡 첫 개발자 컨퍼런스가 놀라웠던 의외의 이유이자 혁신의 연결고리를 재차 확인할 수 있었던 행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