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스크립트와 PPT 없이 생수 한 통만 앞에 두고 구성원 앞에 섰다.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우버가 투자한 ‘티맵모빌리티(가칭)’ 신설법인 출범을 앞둔 가운데, 조직개편 관련 임직원 불안을 가라앉히고 회사가 그리는 사업 비전을 직접 발표하기 위해서다.
SK텔레콤은 박정호 대표가 지난 5일 SK텔레콤 본사 수펙스홀에서 모빌리티 사업 비전과 성장 스토리를 발표하는 CEO타운홀을 열었다고 10일 밝혔다. 모빌리티 전문기업 설립 발표 이후 대표가 비전을 설명한 자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박 대표는 이번 타운홀에서 구성원과 진정성 있는 소통을 위해 어떠한 문서없이 생중계 1시간을 스스로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약 50명 모빌리티 관련 구성원이 오프라인으로 참석하고, 온라인으로도 생중계됐다.
이 자리에서 박 대표는 티맵모빌리티에서 새로운 일을 하더라도 추후 SK텔레콤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커리어 디벨롭먼트 코스(CDC)’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CDC는 구성원이 누구나 원하는 부서에 지원해 일할 수 있는 SK텔레콤 특화 인사제도다. 모빌리티 회사에서도 본사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열어, 신상 변화에 두려움을 가진 구성원에게 새로운 도전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SK플래닛 등 과거 분사 사례로 인해 모빌리티 신설법인으로 이동하기 꺼리는 임직원을 달래려는 조치로도 해석된다. 10여년 전 SK텔레콤은 SK플래닛에 T맵, T스토어, 11번가 등 성장성 높은 신규사업을 대거 포함하며 우버, 플레이스토어, 아마존 등을 꿈꿨다. 그러나 T맵은 SK텔레콤으로 돌아왔다가 신설법인으로 이동하고, 나머지 사업도 SK플래닛에서 독립했다.
박 대표는 “SK텔레콤에서 신생 회사로 이동할 때 회사 브랜드나 사회적 지위가 달라져 고민이 생긴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새시대에는 이런 부분까지 고려한 배려와 HR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운을 뗐다.
이어 “돌아올 곳 없이 파부침주 각오로 도전해야 과감해지고 성공할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더 안정적이고 더 행복할 때 더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모빌리티 기업에서 새로운 일을 하면서도 SK텔레콤으로 돌아와 더 큰 가치를 내겠다는 구성원이 있으면 이를 가능하도록 CDC를 열어 구성원 이동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박 대표는 집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LA)까지 SK 모빌리티 플랫폼을 통해 모든 이동과정을 편리하게 충족할 수 있는 세상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또, 지역을 옮기는 등 이사할 때도 SK 모빌리티 플랫폼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 대표는 “아직은 생태계 초기인 올인원 MaaS(Mobility as a Service)에 집중해 고객 삶이 윤택해졌으면 한다”며 “SK ICT패밀리가 철학과 진정성을 공유하고, 5대 사업부가 모두 성공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SK텔레콤은 모빌리티 신설법인 관련 위로금 및 처우 조건은 현재 검토 중이며 직급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