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n번방’ 등 디지털 성착취물 유통의 사각지대로 꼽힌 해외 플랫폼을 규제하기 위해 국내대리인 제도가 시행되었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해외 플랫폼 사업자에 한번도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진행하는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 이하 방통위) 종합감사에서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구글과 페이스북 등 해외 거대 사업자들이 이용자보호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국내대리인 제도를 만들었지만, 방통위가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화 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상희 의원이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통위는 작년 3월 전기통신망법상 국내대리인 제도가 시행된 이후 약 1년 6개월간 국내대리인에 자료제출 및 시정조치를 단 한건도 요청하지 않았다. 국내대리인이 관계물품‧서류를 방통위에 제출한 사례도 없었다. 사실상 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다.
국내대리인 제도는 구글 등 해외 플랫폼 사업자가 국내 등록 사업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개인정보 유출이나 디지털성범죄 유통 시 신속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이른바 ‘n번방’ 사건 등 해외사업자를 통한 디지털 성범죄로 사회적 논란이 일자, 지난 6월 전기통신사업법상에도 ‘n번방 방지법’이란 이름으로 이용자보호를 위한 국내대리인 지정제도가 신설됐다.
한상혁 위원장은 “원칙적으로 말하자면 자료 제출이 사업자에 부담 되는 면이 있다”고 말했지만 김 의원은 “(해외사업자들이) 부담을 가지라고 만든 것”이라고 다그쳤다. 한 위원장은 “법 위반 혐의가 있을 때만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것”이라면서도 “(국내대리인 제도를) 적극적으로 운영할 방법을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김상희 의원은 그러나 “최근 디지털성범죄가 5만건이 넘고 이용자피해가 수없이 제기되고 있다”며 “그래서 국내대리인 제도를 만든 것인데 시행성과가 제로인 것은 방통위가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운영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보통신망법상 국내대리인제도가 시행된 2019년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 따르면 디지털성범죄 관련 적발건수는 2019년 2만5992건 2020년(8월 기준) 2만4694건으로, 2년간 5만686건에 달했다.
김상희 의원은 “국회가 ‘n번방법’이라고 해서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고 많은 성과를 낸 것처럼 했는데 실제 이 제도가 정부로 가서 아무런 작동이 안 되면 무슨 의미가 있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