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 업비트 항소심…암호화폐 거래소 자전거래 향방은?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송치형 두나무 의장의 항소심 첫 재판이 오는 16일 열린다. 암호화폐 거래소 자전거래에 관한 리딩 케이스(Leading Case)인 만큼, 항소심 쟁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1심은 ‘무죄’…“암호화폐 거래소 법률 없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는 사기 등 혐의를 심리하기 위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오는 16일 연다. 피고인은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송 의장과 남 모 재무이사, 김 모 퀀트팀장이다. 공판준비기일은 공판이 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 검찰과 변호인이 쟁점사항을 정리하고 증거조사방법에 관해 논의하는 절차다.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다.
지난 1월 서울남부지법 제12형사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사기), 사전자기록위작 등 혐의로 기소된 송 의장과 업비트 운영진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검찰은 업비트 운영진이 2017년 9월부터 11월까지 ‘8’이라는 가짜 ID를 만든 뒤 허위 거래를 지속해 이득을 챙겼다며 불구속 기소했다. 허위 거래로 인한 주문체결 수나 거래량 등으로 일반 투자자들의 거래를 유도했다는 주장이다. 송 의장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암호화폐 거래소 관련 법률이 없어 거래소가 유동성을 공급하는 게 위법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주요 근거다. 주식 시장에서는 가장매매, 허위 주문 등 거래소의 ‘마켓메이킹’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지만, 암호화폐 거래소에 동일한 법률을 적용할 순 없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ID 8이 업비트 이용자들의 거래 착오를 일으켰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업비트 운영진의 행위가 이용자들을 기망한 사기 행위라는 검찰 측 주장도 부정했다.
◆“모든 거래소가 법망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냐”
항소심에선 검찰이 어떤 추가 증거를 제출하는 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전망이다. 1심에선 재판부가 검찰이 제출한 증거 중 일부를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봤기 때문이다. 또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사기 및 사전자기록위작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판결이 뒤집히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항소심에서도 같은 판결이 나오더라도 모든 암호화폐 거래소의 자전거래 혹은 마켓메이킹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고 볼 순 없다. 업비트 판례가 암호화폐 거래소 자전거래에 관한 선례가 되는 것은 맞지만, 업비트의 경우 피고인 측에도 근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1심에서 업비트 측은 ID 8에 입력된 전자정보가 암호화폐나 원화를 허위로 충전한 것이 아닌, 자동주문 프로그램을 위한 한도 값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즉 전자정보를 입력할 때마다 허위로 자산을 입금하지는 않았으므로 전자기록을 위작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이 같은 진술을 인정했다.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의 자전거래가 모두 업비트의 경우처럼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권단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거래소마다 마켓메이킹을 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업비트가 항소심에서도 똑같이 무죄를 받는다 하더라도 모든 자전거래 사례가 법망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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