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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 재할당, 1조원 이상 비싸게 사라? “LTE 일부 대역 포기할 수도”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역대 최대 규모 ‘주파수 재할당’ 대전을 앞둔 가운데, 적정 대가를 놓고 정부와 통신사 간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통신업계는 신규 할당도 아닌 기존에 사용 중인 주파수를 1조원 이상 웃돈을 주고 가져올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비용 부담이 과도한 만큼, 일부 LTE 대역을 포기하는 시나리오까지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토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내년 이용기간이 종료되는 2G‧3G‧4G 전체 주파수 400MHz 중 약 78%에 달하는 310MHz를 기존 이용자 통신사에게 재할당하기로 했다. 정부와 통신업계 모두 ‘전파법’에 따라 적정 대가를 산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 해석은 다르다.

과거 경매대가를 반영하면, 정부는 약 2조6000억원을 요구할 수 있다. 예상매출액을 높게 잡고, 신규 주파수 할당 이상으로 과거 경매대가를 적용하면 이보다 더 많은 금액도 나올 수 있다. 반면, 통신3사는 예상매출액 3%를 기반으로 전파법 ‘별표3’ 조항에 따른 약 1조5000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별표3 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과거 경매대가를 반영한 2조6000억원으로 의견을 모을 경우, 통신3사가 전체 310MHz 주파수 대역을 모두 할당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1조원 이상 대가 차이를 보이는 만큼, 통신업계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LTE 일부 대역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LTE 가입자 중심으로 5G로 전환하는 만큼, 현재는 가장 많은 트래픽이 몰리고 있지만 향후 5G 확대와 맞물려 주파수에 여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망 LTE 대역은 할당받을 수밖에 없겠지만, 이 외 LTE 대역을 포기할 경우 트래픽이 몰리는 기간과 장소에 따라 이용자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

SK텔레콤과 KT에 이어 LG유플러스도 2G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아야 하기 때문에, 주파수 대가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2G 주파수 대역을 신청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3G는 글로벌 로밍 문제로 재할당을 받아야 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주파수가 얼마나 필요한지는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부분”이라며 “재할당 대가가 합리적이라면 다 가져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주파수를 줄이는 부분까지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LTE 가입자가 5G로 전환되고 있는 만큼, LTE 일부 대역을 포기할 수 있다”며 “전국망은 기저대역이라 줄이기 어렵겠지만, 도심 위주로 투자한 LTE 대역은 고려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통신3사는 신규 수익 창출이 목적이 아닌 기존 이용자 보호와 안정적 서비스를 목적으로 하는 기존 주파수 대역 재할당에 무리한 자금을 쏟을 여력이 없다고 말한다. 매출 정체 상태에서 정부에서 요구하는 디지털 뉴딜 투자에 합류해야 하고, 5G 투자 확대까지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통신4사는 5G 인프라 강화에 2022년까지 3년간 24조원가량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당근책이라 내놓은 면허세, 조세 감면 혜택을 총 합쳐도 투자금액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사업자 부담이 해소되지 않는 민간 투자 유인 정책만 채택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와 관련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한국은 5G가 많이 구축돼 있고, 2~3년 내 상당 수준 구축될 것이다. 특별히 정부 예산으로 지원할 필요성은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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