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인텔의 차세대 칩 출시가 미뤄진다. 중앙처리장치(CPU) 업계 1위 답지 못한 행보다. 이미 늦어진 상황에서 재차 연기되면서 AMD의 추격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인텔이 나노 경쟁에서 힘을 쓰지 못하자,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에 CPU를 맡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3일(현지시각) 인텔은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7나노미터(nm) 기반 CPU 출시시기가 6개월 늦춰진다고 밝혔다. 오는 2022년 말 또는 2023년 초로 제시했다.
연기 요인은 공정 수율이 예상보다 떨어지는 탓이다. 인텔은 당초 목표 대비 1년 이상 뒤처졌다고 언급했다. 이번 발표를 통해 미세공정 기술력이 TSMC, 삼성전자 등에 못 미친다는 것을 드러낸 셈이다.
파운드리 1~2위 TSMC와 삼성전자는 7나노 이상 공정을 소화할 수 있는 ‘유이’한 업체다. 양사는 5나노에 이어 3나노 개발도 진행 중이다. TSMC는 이미 5나노 제품 양산에 돌입한 상태다.
CPU 2위 AMD는 지난 2018년 7나노 칩 개발을 마치고, 관련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5나노 기반 CPU 출시를 앞두고 있다. TSMC의 첨단공정을 활용한 덕분이다.
인텔은 독자 생산체제다. 다른 제품은 파운드리 업체에 맡기더라도 CPU만큼은 직접 만든다는 기조다. 이러한 방침은 아직 유효하다. 주력 제품인 CPU 노하우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AMD가 추격을 넘어 2~3발 앞서갈 확률이 높아지면서 변수가 생겼다. CPU는 크게 서버용과 PC용으로 나뉜다. 인텔은 각각 시장점유율 95%,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서버용은 안정성 이슈로 제작 난도가 높다. 많은 검증 단계를 거치면서 통상 PC용보다 1년 뒤 출시된다. 즉, 인텔의 7나노 서버용 CPU는 빨라도 2023년 말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PC용은 AMD의 점유율이 늘어나는 추세다. 인텔의 차세대 CPU 출시 연기는 진입장벽이 높은 서버용 분야마저 AMD의 추격을 허용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인텔은 PC용 ‘타이거레이크’는 3분기, 서버용 ‘아이스레이크’는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두 제품은 10나노급 CPU다. 5나노 선점을 앞둔 AMD와 대비된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파운드리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생겼다고 보고 있다. TSMC는 AMD 제품을 양산 중인 만큼, 삼성전자가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의 CPU 자체 제작 의지는 여전히 강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에 물량을 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7나노가 나올 2022~2023년이면 AMD는 3나노 CPU를 내놓을 수 있다. 인텔 입장에서는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인텔은 CPU 공급 부족(쇼티지)에도 삼성전자, TSMC에 물량을 맡기지 않았다. 아직 쇼티지 이슈가 남아 있어, 인텔은 증설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랬던 인텔이 7나노 라인 구축에 차질을 빚으면서, 업계에서는 인텔의 선택을 주목하고 있다.
한편 인텔은 2020년 2분기 매출액 197억달러달러(약 23조6991억원) 영업이익 57억달러(약 6조8571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액 20% 영업이익 23%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언택트) 생활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메모리 분야 등 매출이 늘어난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