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삼성전자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부가 건식식각장비(Gas phase Etching : GPE) 이원화에 나선다. 일본 도쿄일렉트론(TEL) 독점 체제에서 멀티 벤더로 변경했다. 장비 가격 인하, 공급 안정성 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인 테스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에 GPE를 투입했다.
GPE는 불화수소 가스를 사용해 웨이퍼 표면 산화막만 선택적으로 깎아내는 제품이다. 미세공정에서 유리하고, 기존 플라즈마를 이용한 식각장비보다 웨이퍼에 가하는 충격이 덜하다. 산화막은 웨이퍼 보호막으로 회로 간 누설전류를 차단한다. 이온주입 공정, 식각 공정 등에서는 방지막 역할을 맡는다.
테스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GPE 공급사다. 삼성전자 메모리 공장의 GPE는 TEL과 테스가 양분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GPE는 TEL이 전담했다. 파운드리에 투입되는 장비는 진입장벽이 높다.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인 파운드리 특성상, 메모리보다 높은 수준의 맞춤 장비가 필요하다. 장비 변경 시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들의 인증절차도 거쳐야 한다. 테스는 메모리 라인에 투입한 경험과 지속적인 기술 개선을 통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GPE 납품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다변화는 모든 제조사의 숙명”이라며 “테스가 공급사로 합류하면서, 삼성전자는 TEL과의 장비 가격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 중인 삼성전자에도 긍정적이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에 파운드리 라인을 추가하기로 결정하면서, 화성·기흥·미국 오스틴과 함께 ‘4각 생산기지’를 구축하게 됐다. GPE 이원화를 통해 라인 증설이 원활해질 전망이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당장 테스가 삼성전자 파운드리 GPE를 대거 공급할 수는 없겠지만, 점차적으로 물량을 늘려갈 가능성이 높다”며 “일본 수출규제 이후 국산화 이슈가 확대된 부분도 TEL 의존도를 낮추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테스는 산업통상자원부 국책과제로 초임계 세정장비 개발에 돌입한다. 해당 장비는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잔해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테스 관계자는 “이제 개발 시작하는 단계로 매출 발생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