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오는 이른바 ‘수돗물 유충 사태’로 소비자들의 위생에 대한 관심이 한층 강화됐다. 정수기로 식수를 마시는게 안전하다는 건 대부분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걱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걸러진 이물질들을 그대로 둔 채 정수기를 이용해도 될지에 대한 우려다.
23일 렌털업계에 따르면 정수기를 이용해 식수를 마실 때 수돗물 유충으로부터 안전함은 물론, 이물질들을 거른 후 정수기 상태에도 크게 문제가 없다. 다만 그 안에 유충이 있을 수 있다는 심리적 불안감이 크다면 비용을 지불하고 필터를 교체하면 된다.
정수기는 물을 공급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저수조형 방식과 직수형 방식으로 나뉜다.
저수조 정수기는 주로 코웨이·청호나이스가 주력으로 삼는다. 저수조 정수기엔 주로 역삼투압(RO) 멤브레인 필터가 들어간다. 머리카락 수만분의 1크기까지 불순물을 걸러, 가정용 정수기 필터 중 오염물질 제거 성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꼽힌다. 다만 걸러내는 물의 양이 많다보니 저수조를 도입해 일정 부분 물을 미리 저장해둔다.
3~4개 필터가 들어가 있는 저수조 정수기에서 유충 정도의 크기는 1단계에서 걸러진다. 걸러진 물은 정수기 안에 남아있지 않고 제거수로 버려진다. 즉, 코웨이·청호나이스의 말을 종합하면 1단계에서 유충이 모두 걸러지지만, 혹여 걸러지지 않았다 해도 2단계 필터를 지나기 전 제거 수와 함께 빠져나갈 수 있다.
LG전자·SK매직이 주력으로 삼는 직수형 정수기는 물을 저수조에 저장할 필요 없이 필터를 통과한 물을 바로 마시는 구조다. 나노트랩 혹은 중공사막 방식 필터가 주로 사용된다. RO멤브레인 필터만큼은 아니지만 지하수를 사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가정에서 깨끗한 물을 마시는데 문제가 없다.
유충을 포함한 불순물들은 역시 1단계 필터에서 걸러진다. 혹여 1단계에서 거르지 못했다 해도 더 세밀한 3~4개 필터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식수에 유충이 나올 확률은 없다. 다만 저수조형 방식처럼 제거수가 빠져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필터에 오염물질이 남아있을 확률이 크다.
SK매직 관계자는 “기존 필터에도 오염물질들이 걸려있게 되는 것이고, 이에 따라 필터 수명이 있는 것”이라며 “평소보다 불순물이 많아진다면 교체 주기를 빨리할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평소보다 불순물이 증가할 때 필터 수명이 단축되는 건 모든 정수기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필터 수명이 다했을 경우 저수조형 방식에선 물에서 이물질이 함께 나오거나 냄새가 날 수 있고, 직수형 정수기는 출수가 원활하게 되지 않는다.
정수기업체들은 이런 현상이 생기기 않도록 정기 방문서비스로 제품을 관리한다. 필터교체 시기를 이미 넉넉하게 잡고 진행 중이다. 가령 2년 수명의 필터는 1년 반마다, 6개월 수명 필터는 4개월마다 교체하는 방식이다.
최근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은 물에서 서식할 수 없기 때문에 번식의 가능성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터에 남은 유충도 평소 수돗물에서 걸러지는 불순물들 중 하나로 남는 셈이다. 정수기 업체들은 필터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 유충에 대한 우려로 이보다 더 앞당겨 무리하게 교체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필터 교체를 원할 경우 일부 업체들은 고객 비용 부담으로 필터를 교체해주고 있다. 대신 LG전자는 “이물질이 평소보다 많은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출수량이 줄거나 하는 문제가 생기면 필터를 무상교체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인천시는 ‘수돗물 유충’ 관련 보상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수돗물 유충 발생 사고 보상과 관련해 유충이 실제로 발견된 가정에 필터 구매 비용을 지원한다. 직접 유충을 발견하고 신고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상을 받는 가정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에서도 소비자들을 위한 대책을 위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