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TSMC는 지난 5월15일부터 화웨이의 신규 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 TSMC는 전날 컨퍼런스콜에서 “미국의 모든 규정에 따를 예정이다. 5월 이후 화웨이 주문을 받지 않으며, 오는 9월14일 이후에는 납품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따른 조치다. 지난 5월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가 반도체를 설계해 미국 기술과 소프트웨어(SW)로 생산하는 것을 제한하기로 했다. 5월15일부터 시행됐고, 120일의 유예기간을 뒀다. TSMC와 화웨이 간 신규 거래가 중단된 시점이다.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미국과 밀접한 업체다. 모리스 창 TSMC 창업주 겸 전 회장이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에서 20년간 근무했고, TSMC 주요 고객사는 퀄컴·애플·ADM 등 미국 회사다.
최근에는 120억달러(약 14조7756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5나노미터(nm) 공정 반도체 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미국 편에 선 셈이다.
화웨이는 비상이다. 그동안 TSMC에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통신 칩 등의 생산을 맡겨왔다. 하반기 출시예정인 플래그십 스마트폰 ‘메이트40’ 시리즈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제품에는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AP가 탑재되는데, 생산업체인 TSMC가 주문을 받지 않는 탓이다. 이 때문에 출시 일정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화웨이는 AP 설계는 대만 미디어텍, 생산은 중국 SMIC 등으로 대체하려고 준비 중이다. 다만 호환 문제, 미세공정 기술 격차 등으로 당장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 올해 하반기는 물론 내년 상반기 전략 모델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는 TSMC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에 거래를 이어가지 못할 경우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화웨이 입장에서는 TSMC와 거래 재개가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렇지 않으면 조속히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TSMC는 최근 미국 정부에 화웨이 제재 유예기간 이후에도 화웨이와 거래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서를 보내기도 했다. 일단 미국 방침에 따랐지만, 매출 15%를 차지하는 화웨이는 놓치기 아쉬운 고객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