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계에서는 ‘나노 전쟁’이 한창이다. TSMC와 삼성전자는 7나노미터(nm) 공정부터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두 회사는 또 다른 경쟁을 준비 중이다. 반도체 효율을 높일 신공정 ‘GAA(Gate-All-Around)’가 대상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2나노부터 GAA 공정을 도입할 예정이다. 핀펫(FinFET) 공정으로는 나노 수를 더 이상 낮추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는 3나노부터 적용을 예고, 양사는 차세대 반도체 공정에서도 격돌하게 됐다.
GAA는 트랜지스터의 게이트와 채널이 닿는 면을 4개로 늘린 차세대 기술이다. 기존 핀펫 구조보다 1면을 늘려, 전력 효율을 높였다. 전류의 흐름을 조절하는 트랜지스터는 게이트와 채널의 접촉면이 많을수록, 전류 흐름을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반도체 미세화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해당 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앞선다. 선제적으로 연구개발(R&D)에 돌입했고, 양산화를 앞둔 5나노 다음 단계인 3나노부터 GAA를 활용할 계획이다. 5나노 대비 칩 면적을 35% 이상 줄이고, 소비전력을 50% 감소시킨다. 처리속도는 30% 정도 향상된다. 이달 초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나노코리아’ 행사에서는 GAA 공정 기반 3나노 웨이퍼를 공개하기도 했다. 오는 2022년 관련 제품이 나올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GAA 이후 기술인 MBC(Multi Bridge Channel) 방식도 공개한 바 있다. 채널을 와이어 형태에서 종이처럼 얇고 긴 모양의 나노시트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나노시트 너비를 특성에 맞게 조절할 수 있고, 핀펫 공정과도 호환성이 높다.
반면 나노 경쟁은 TSMC가 우위다. 이미 5나노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 해당 라인에서 퀄컴 5세대(5G) 이동통신 모뎀 칩 ‘X60’, 애플 아이폰12에 탑재될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A14’ 등을 생산하고 있다.
TSMC는 고객사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 5나노미터(nm) 공정 팹 구축을 예고하면서, 퀄컴 애플 등과의 관계를 다졌다. 최근 미국 정부에 화웨이 제재 유예기간 이후에도 화웨이와 거래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서를 보내기도 했다. 매출 15%를 차지하는 화웨이는 놓치기 아쉬운 고객사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삼성전자 격차가 여전히 크지만, 기술력에서는 대동소이한 상황”이라며 “나노 전쟁은 물론 GAA 기술 경쟁까지 점화하면서, 양사의 기술력 다툼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2020년 2분기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51.5%를 기록, 압도적인 선두를 차지했다. 2위 삼성전자는 18.8%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36억7800만달러로 예상된다. 양사의 격차는 올해 1분기(TSMC 54.1%·삼성 15.9%)보다 소폭 좁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