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우리 사회가 멈춰서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ICT 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예정된 사업을 수행한다는 계획이지만 실제로 바퀴는 굴러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디지털데일리>는 상, 하 2회에 걸쳐 대표적 시스템 통합(SI) 시장인 금융과 공공시장의 현황을 점검한다.<편집자>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공공SW 사업은 물론 일반 기업의 SW 사업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대면접촉을 꺼리는 문화가 팽배해지면서 제안요청설명회 등의 일정이 순연되고 있다. 여기에 공공기관의 대면접촉도 사실상 차단되는 분위기에서 사업 일정 자체가 꼬이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ICT업계도 서서히 실적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영업활동 자체가 위축되면서 비상경영에 대한 논의도 일부 나오고 있다. 특히 매년 대규모 IT예산을 집행하는 금융권의 경우도 시계가 불확실한 상황이라는 점이 변수다.
금융권에 2020년은 그동안 전년도 IT예산을 수립하고 당해 연도에 집행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디지털 금융에 대응하기 위해 상시 예산 운영에 초점을 맞춘 첫 해다.
다시 말해 상황에 맞는 사업을 수립, 발주하는 빈도를 높이겠다는 것이었는데 코로나19가 직격탄이 된 셈이다. 이미 예산집행과 사업 수행에 유연성을 가져가고 있는 만큼 시장의 기대보다 발주되는 사업의 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NH농협손해보험은 영업지원시스템 구축(UI/UX)을 위한 제안요청설명회를 생략했다. 별도의 설명회보다는 온라인 및 전화를 통한 업무 문의를 받고 있다 다만 제안서 접수의 경우 오프라인을 통해 받을 계획이다.
농협금융지주도 코로나19로 인해 ICT 발주사업에 별도 설명회 없이 제출한 서류로 서면평가를 실행키로 했다.
IBK기업은행도 지난 2월 26일 예정되었던 ‘i-ONE 글로벌뱅킹 전면개편 추진’ 프로젝트의 사업설명회를 전면 취소했다. 이는 ‘고용노동부 사업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지침’에 의거 사업장 청결관리, 사업장 내 감염유입 및 확산방지를 위한 것이다.
IBK기업은행의 IT자회사인 IBK시스템도 당분간 대면 업무협의를 위한 IBK시스템 방문을 최소화해달라고 권고한 상태다.
이밖에 금융권의 일부 사업도 순연되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금융권의 비즈니스연속성확보(BCP) 가동이 본격화되면서 외부 업체들 관계자들의 금융 전산센터 방문 등이 사실상 어려워진 것이 문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산센터 특성상 보다 강화된 출입정책이 적용된 상황”이라며 “신규 발주 협의를 위한 물리적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전체적으로 사업 일정이 순연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물론 온라인을 통한 사업발주 및 제안서 접수 등이 가능하지만 코로나19 확산사태가 언제까지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인력이 투입되는 개발 사업에 대해 금융사들이 의사결정을 쉽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통상 개발 사업은 발주처인 금융사가 제공하는 장소에서 제공되는데 기존 전산센터에서의 외부 개발자 활동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프로젝트 추진 동력이 일부 상실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에 후폭풍이 몰아치면서 증권 등 금융투자업계의 IT투자도 소극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2일(현지시간) 유럽과 미국 증시가 10% 안팎 무너지고 국내 장세도 폭락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금융투자업계가 대규모 비용이 소요되는 IT투자에 대해선 재검토에 들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전통적으로 금융투자업계의 IT투자는 시황에 좌우되는 면이 강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