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구부리는(Flexible,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핵심소재 국산화가 진행되고 있다. 기존 사용된 소재는 일본의존도가 높았다. 국내 기업·연구원 등에서 대체재를 개발,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엠에스웨이,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밭대 등은 투명전극 개발에 성공했다. 일부 제품은 상용화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명전극은 말 그대로 투명하면서, 전기가 통하는 물질이다. 투명성과 전도성이 동시에 요구된다. 기존에는 인듐주석산화물(ITO) 필름이 투명전극으로 활용됐다. 일본 닛토덴코, 오이케가 시장을 장악한 분야다. LG화학, 한화L&C(現 현대L&C) 등이 공급에 나섰지만, 일본 업체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ITO는 터치스크린패널(TSP) 핵심소재로 꼽힌다. OLED 유기물이 내보내는 빛을 많이 투과시키면서, 전류가 흐르는 소재가 필요한 덕분이다. 디스플레이에서 ‘없는 듯 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OLED 트렌드가 리지드(단단한) 형태에서 플렉시블로 바뀌면서 발생했다. 돌돌마는(Rollable, 롤러블)·접는(Foldable, 폴더블) 기기가 등장하면서, OLED 구조에 변화가 필요해졌다. 모양이 변해도 기존 기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ITO는 휘거나 구부리면 깨짐(크랙) 현상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저항도가 급증, 전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현재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Z플립’ 등에 활용된 ITO는 특수 물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는 추가 공정 및 비용으로 연결된다. 일본 업체들은 ITO 자체만 제공한다. 삼성에서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체재에 대한 수요가 생긴 이유다.
ITO 대체제로 은나노와이어, 은메시 등이 등장했지만 시인성(모양이나 색이 눈에 쉽게 띄는 성질)이 낮다. TSP의 시인성이 낮으면, 화질 및 색 구현에 불리하다.
엠에스웨이가 개발한 유연 투명전극은 빛 투과도와 유연성을 극대화했다. 두께 1밀리미터(mm) 필름으로 20만회 이상 접어도, 전류 저항율 변화가 5% 이내다. 특히 3층 레이어 기반(1·2층 기본층, 3층 기능층)으로, 기능층만 바꿔주면 용도 변경이 가능하다.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샘플 테스트가 진행 중이며, 막바지 단계다.
한국생산기술원은 지난해 전도성 고분자에 레이저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투명전극 소재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전도성 고분자 용액을 기판에 바른 뒤, 레이저를 쏘면 기존 ITO 필름 수준의 전도도를 구현한다. 한밭대학교는 은나노선 유연투명전극을 개발했다. 전기도금을 이용, 수백 나노미터(nm) 직경에서도 빛 투과도와 전기전도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플렉시블 OLED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핵심소재의 국산화는 필수 과제”라며 “여전히 일본 업체의 ITO가 대세지만, 빠른 시일 내에 국산 소재가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