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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구속력 없는 가이드라인…망 계약 분쟁 막을수 있을까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정부의 망이용대가 가이드라인이 발표돼 망이용대가를 둘러싼 통신사(ISP)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 간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국회서 열린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 제정방안 공청회서 가이드라인 세부내용을 발표했다.

정부가 마련한 망이용대가 계약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에는 분쟁의 핵심사안인 대가 등 계약과 관련한 핵심내용은 제외돼 반쪽 방안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특히, 가이드라인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도입 자체에 대해 ISP와 CP간 입장이 명확하게 엇갈리면서 제도 안착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가이드라인은 ISP와 CP간 거래요소인 망이용대가를 직접 다루기보다는 망이용대가를 산정하고 계약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 행위와 이용자 이익 저해 행위 방지에 초점을 맞췄다.

ISP에게는 안정적인 인터넷서비스 제공 의무를 부여했다. CP에게는 페이스북 사태에서 보듯 트래픽 경로변경 등으로 인해 이용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사전에 ISP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하지만 망이용대가 등 계약과 관련한 근본적인 기준은 제시되지 않았다.

방통위 반상권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정부는 망 이용과 관련해 사업자간 사적 계약을 존중하며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사업자간 자율적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업자간 자율로 맡겨봐야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힘의 균형이 맞지 않고 법제도 환경이 다른 글로벌 사업자가 대상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국내외 CP간 차별 논란은 가이드라인으로 해소할 수 없다는 점이다. 상대에 따라 계약 내용이 달라지곤 한다. ISP가 국내 중소 CP와 계약할 때는 자기들 계약서를 내보이지만 사실상 CP가 수정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 반면 글로벌CP와 계약할 때는 그들이 내민 표준 계약서를 ISP가 수정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CP보다 불리한 조건으로 망이용계약을 체결하는 논란이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반상권 과장은 "가이드라인을 떠나 외국 기업에 대한 사실조사는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며 "본질적인 집행력의 한계다"라고 토로했다.

과거 방통위는 지상파방송사 콘텐츠 재송신 분쟁을 막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지상파방송사와 유료방송사간 분쟁은 그치지 않고 있다. 대가협상을 사업자간 자율로 맡기자 점유율, 광고수익 기여도가 모두 다름에도 불구 유료방송사들이 지상파 3사에게 모두 동일한 콘텐츠대가(CPS)를 지불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때문에 공정계약, 이용자보호 이외에 계약과 관련한 세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사적계약을 이유로 발을 뺀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같은 우려 때문에 방통위는 "이용자의 불편을 초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통신사, 콘텐츠 사업자 모두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페이스북 사태에서 보듯 정부가 글로벌 CP에게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오히려 1심에서는 방통위가 패소한 상황이다. 결국 국내 ISP와 CP들에게만 책임이 부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 과장은 "자율적으로 돌아가면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없지만 사업자간 논란과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니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놓겠다는 것"이라며 "시장에서 잘 지켜줬으면 좋겠다는 입장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이지 정부가 준수 여부를 점검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구속력 없는 가이드라인임에도 불구 업계간 명암은 뚜렷하게 엇갈렸다.

ISP들은 일단 가이드라인 자체를 만든 것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CP의 망 이용대가 회피, 역차별 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사업자 간 협상만으로 이를 해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번 가이드라인과 같은 정부의 합리적 규율이 필요하다"며 "다만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CP 업계는 "가이드라인 자체가 탄생해서는 안됐다"며 반대하는 모습이다.

CP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판매자(ISP)에게 책임을 지워야지 돈을 주는 고객(CP)의 의무를 강화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봐야 국내 사업자 부담만 늘어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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