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중국의 공세가 거세진 탓이다. 다만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8일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디스플레이 생산능력(CAPA) 점유율은 46%다. 한국(24%)과 2배 정도 차이가 난다. 지난 2016년까지만 해도 한국(35%)은 중국(29%)에 앞섰지만, 2017년 역전을 허용한 뒤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분야에서 중국에 밀린 것이 이유다. 중국 업체들의 LCD 저가 물량 공세로 국내 기업이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올해 한국의 LCD 시장 점유율은 32%로 중국(33%)에 선두를 빼앗겼다. 큰 차이를 보였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서도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는 분위기다. 중국 BOE, 비전옥스, HKC 등이 최근 한달새 발표한 OLED 관련 투자 규모는 15조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LG디스플레이는 고강도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실적부진이 계속되자 희망퇴직, 임원 감축 등이 잇따르고 있다. 경영 악화에 따른 책임으로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3분기 실적은 시장전망치(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LG디스플레이 3분기 컨센서스는 매출 6조1292억원, 영업적자 2558억원이다. 증권업계는 3분기 영업적자 2800억원, 연간 영업적자는 1조4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5년차 이상 생산직과 사무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LCD 패널을 생산하는 충남 아산사업장 8.5세대 라인 감산도 결정했다.
양사 모두 중국 영향을 받고 있지만 처한 상황은 조금 다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중소형 OLED가 굳건하다. 점유율이 80%대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선두다. 접는(foldable,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장이 상승세를 보이는 점도 호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주요 폴더블 디스플레이 공급사다.
아울러 13조2000억원을 투자해 퀀텀닷(QD) OLED 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는 국내 기업의 디스플레이 단일 투자액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대형 OLED 강자인 LG디스플레이는 ‘OLED 대세화’를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태다.
디스플레이 업계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조직개편에 돌입했지만, 결이 다르다”며 “확실한 무기가 있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압박을 덜 받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