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인텔의 스마트폰 모뎀 칩 도전…빨라진 5G 파고에 침몰(종합)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인텔의 스마트폰 모뎀 칩 도전이 막을 내렸다. 사실상 퀄컴·삼성전자·화웨이와의 속도전에서 밀린 셈이다.
16일(현지시각) 인텔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5세대(5G) 모뎀 사업을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밥 스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스마트폰 모뎀 사업에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따라서 인텔은 오는 2020년 출시하기로 했던 5G 스마트폰 모뎀 칩을 생산하지 않을 방침이다. 해당 제품은 애플의 5G 아이폰에 공급될 예정이었다.
그동안 인텔은 서버와 PC용 칩세트 시장을 장악해왔다. 다만 스마트폰 모뎀 칩 시장에서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관련 시장에서는 퀄컴이 독보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사실 인텔은 1990년대 말부터 통신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1999년 DSP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하는 등 해당 시장에 본격 진출했지만, 통신사업 업황이 악화되면서 통신 칩 사업부를 매각했다.
이후 지난 2010년 8월 인피니언 통신 칩 사업부를 인수하며 관련 사업 재도전에 나섰다. 지난 2013년 4세대(4G) 모뎀 칩을 삼성전자 갤럭시탭3에 공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시간은 흘러갔다. 인텔은 강세를 보였던 분야마저 퀄컴, AMD 등에 추격을 받으며 위기를 맞이했다.
지난 2017년 1월, 애플이 퀄컴을 불공정 거래 혐의로 제소하면서 인텔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애플과 퀄컴이 특허전쟁으로 관계가 틀어지자, 인텔이 아이폰의 모뎀 칩을 공급하게 된 것이다. 두 회사의 공방이 길어질수록 인텔은 반사이익을 누렸다.
5G 시대가 도래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인텔의 5G 모뎀 칩 개발이 늦어지자, 애플이 5G 스마트폰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미 ‘갤럭시S10 5G’ 판매를 시작했고 LG전자, 화웨이 등도 5G 스마트폰 출시를 앞두고 있다.
공교롭게도 애플은 2017년 4분기를 기점으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인텔이 스마트폰 모뎀 칩을 공급한 시기와 맞물린다. 삼성전자에 1위 자리를 뺏긴 것은 물론 화웨이에게 추격을 허용하기도 했다.
결국 애플은 인텔이 스마트폰 모뎀 칩 사업 종료를 선언하기 몇 시간 전, 퀄컴과의 분쟁을 마무리했다. 인텔의 유일한 판로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같은 날 애플과 퀄컴의 전격 합의가 인텔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인텔은 스마트폰 모뎀 칩 사업 종료와는 별도로 5G 인프라 사업에는 계속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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