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결산/클라우드·솔루션] 폭풍 성장속 ‘리스크’도 커졌다
-공공·금융 클라우드 규제 해소, 클라우드 확대 기대
-AWS 장애로 하이브리드·멀티 클라우드 주목, IBM-레드햇 등 M&A도 이어져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지난 11월 대한항공은 전세계 대형 항공사로는 최초로 전사 시스템에 클라우드를 전면 도입키로 했다. 홈페이지부터 화물, 운항, 전사적자원관리(ERP), 내부 회계통제 시스템 등 모든 애플리케이션 및 데이터를 약 3년에 걸쳐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로 이전한다. 10년 간 운영비용을 포함해 약 2000억원 규모다.
이같은 대한항공의 결정은 높아진 클라우드의 위상을 반영한다. 클라우드는 ‘혁신’의 도구이면서 IT업계의 새로운 표준이 됐다. 기업 입장에선 더욱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변화를 선도하고 고객 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클라우드를 선택한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쉽게 적용할 수 있고, 고객 행동 예측과 최적화된 상품 제안, 비용절감 등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같은 대기업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도입이 어려웠던 공공 및 금융기관도 내년을 기점으로 본격 확산을 앞두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금융위원회가 각각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 클라우드 적용 범위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9월 기관 및 정보시스템 등급을 나눠 민간 클라우드 이용을 제한한 ‘공공기관의 민간 클라우드 이용 가이드라인’을 전면 폐지한다고 밝혔다. 중앙부처 및 지자체의 내부 행정업무시스템 등을 제외한 대국민 서비스는 모두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졌다.
다만 국가안보, 외교·통일, 수사·재판과 같은 국가 기밀이나 ‘개인정보보호법’의 민감정보를 처리하는 경우는 제외된다. 사상·신념, 노조·정당 가입·탈퇴, 건강, 유전정보, 범죄경력정보 등을 포함한 시스템이 여기에 해당한다. 5만명 이상 민감·고유식별정보, 50만명 이상 연계, 100만명 이상 보유시 개인정보영향평가대상도 제외 대상이다. 또, 대국민 서비스는 전체 시스템의 약 24%에 불과하기 때문에 여전히 실효성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이드라인 폐지 전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 부분은 8%에 불과했다.
금융위원회 내년 1월 1일부터 개인신용정보, 고유식별정보 등 금융 데이터를 외부의 클라우드 환경에서도 운영이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안을 시행된다. 금융분야 ‘디지털화’가 폭넓게 확산되면서 클라우드 이용 확대와 관련한 추가 규제완화 필요성이 지속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16년부터 금융권은 개인신용정보가 아닌 ‘비중요 정보’에 한해서만 외부 클라우드를 제한적으로 허용한 바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중요 정보’까지 제한 없이 이용 가능하다. 금융위는 금융 분야의 특수성을 감안해 클라우드 허용에 따른 안전성 확보조치 등 금융권 클라우드 이용 및 제공 기준도 함께 제시할 예정이다.
이같은 클라우드 확산에 의외의 복병도 등장했다. 바로 지난 11월 22일 발생한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서울 리전(복수의 데이터센터 묶음) 서비스 장애다. AWS는 전세계 1위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로 지난 2016년 서울 리전을 개소했다. 이후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다양한 국내 기업이 AWS를 활용하고 있다. AWS에 따르면 이번 장애는 서울 리전 오픈 이후 3년 만에 처음 발생한 것이다.
84분 동안 발생한 이번 장애로 그동안 AWS를 이용해 온 배달의민족, 쿠팡, 야놀자, 마켓컬리, 여기어때와 같은 생활밀착형 애플리케이션부터 업비트, 두나무 등 암호화폐거래소, KB금융지주(협업플랫폼), 신한은행(빅데이터 플랫폼) 등의 다수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AWS는 서비스수준협약(SLA)에 따라 11월 서비스(EC2) 요금의 10%를 환불한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간과한 클라우드 리스크를 환기시킨 계기가 됐다. IT시스템의 장애는 늘상 있는 일이다. 하지만 클라우드 서비스와 같이 중앙 집중화된 시스템에선 그 피해가 더 커진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조언이 클라우드 환경에서도 통한다. 단순히 비용절감을 위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위험성이 높다. 백업 및 재해복구(DR) 체계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하이브리드 및 멀티 클라우드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졌다.
예상치 못한 거대 인수합병(M&A)도 이어진 한해였다. 대표적인 것이 IBM의 ‘레드햇’ 인수다. IBM은 지난 10월 340억달러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 기업 레드햇을 인수한다고 밝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레드햇 인수를 통해 IBM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장의 선두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앞서 지난 6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자들의 코딩 놀이터’라 불리는 소스 공유 사이트 ‘깃허브(Github)’를 75억달러에 인수했다. 클라우드 주 이용고객인 개발자 커뮤니티를 품에 안은 셈이다. 궁극적으로 IBM과 MS의 인수목적은 모두 ‘클라우드’라는 거대한 시장을 잡기 위해서다.
클라우드 패러다임 확산은 국내SW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많은 국내SW 업체가 자사 SW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전환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는 업체도 부지기수다.
국내 ERP 업체인 영림원소프트랩은 클라우드 ERP 제품인 ‘시스템에버’를 통해 일본, 말레이시아 등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특히 기존 구축형 ERP로 한차례 쓴맛을 맛 본 바 있는 일본 시장의 경우, 현재 진출 1년 만에 약 20여개사와 계약을 앞두는 등 이미 눈에 띄는 성과를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한글과컴퓨터는 AWS 상에서 웹 기반 문서 공동 편집 서비스를 출시하고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다. 파일 생성, 편집 및 협업 서비스인 아마존 워크독스에서 한컴이 출시한 기능을 사용하면 추가 비용 없이 웹브라우저에서 문서를 실시간으로 작성·편집·공유할 수 있다. 한컴은 AWS의 협업을 통해 클라우드 기반의 웹오피스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서버,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HW) 업계는 ‘SW 정의’ 화두에 따라 하이퍼컨버지드인프라(HCI) 시장에 힘을 쏟고 있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 3분기 전세계 HCI 시장은 67% 증가한 16억8000만달러로 대폭 늘어났다. 뉴타닉스와 델 EMC, VM웨어, 시스코, HPE 등이 경쟁하고 있다.
한-미 통상 문제로까지 거론됐던 서버 및 스토리지의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은 국산 서버업계가 당초 제시했던 범위보다 축소된 중재안이 채택돼 2019년부터 3년 간 다시 적용된다. 경쟁제품에 채택되면 대기업(혹은 외국계 기업)의 공공 조달시장 참여가 제한된다.
중재안에 따라 서버의 경우 x86 아키텍처 기반 CPU 1소켓 전체 및 2소켓 중 클럭속도 2.6GHz 이하, 스토리지는 실용량 100TB 이하·캐시메모리 32GB 이하의 제품 또는 물리적 용량 200TB 이하·캐시메모리 32GB 이하의 제품에 한해 적용된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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