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18결산/O2O] 올해도 발목 잡힌 모빌리티 혁신

이형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모빌리티 분야의 O2O(Oline to Offline) 혁신은 꽃을 피우지 못했다. 특히 카풀 등을 언제, 얼마나 허용해야 할지를 두고 기존 산업과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했다. 정부는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정책기조 엇박자로 혼란을 가중시켰다. 택시기사의 분신 사망 사건 등 갈등만 더 격화됐다.

카풀 1위 업체 풀러스는 경영난으로 힘든 한해를 보냈다. 지난해 말 도입한 ‘출퇴근시간 선택제’가 문제의 시발점이었다. 유연근무제 등으로 이제 출퇴근 시간을 24시간으로 넓게 해석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이를 사실상 ‘우버 영업’이라 판단한 택시업계가 크게 반발했고. 서울시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으로 고발조치하겠다’고 밝히며 택시를 지원했다.

위법 논란에 사용자들이 이탈했다. 사업이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 투자금만 까먹었다. 결국 올해 6월 기존 김태호 대표가 사임하고 직원 50여명 중 70%를 구조조정했다.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는 말 뿐’이라며 스타트업 업계 전체가 크게 술렁였다.

당초 사업 좌초가 예상됐지만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 갈등이 불씨를 살렸다. 택시 파업 기간 마다 관심이 환기되면서 신규 이용자가 계속 유입됐다. 11월에는 개발자 출신 서영우 대표가 선임되며 부활을 예고했다. 정보기술(IT) 기반으로 배차를 고도화하고 전체 주식의 10%를 이용자에게 배부하는 등 도전적인 전략을 갖고 나왔다.

카풀 2위 업체 럭시는 올해 2월 카카오택시, 카카오대리 등을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에 인수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출퇴근시간, 심야시간에 발생하는 택시 수요 불균형을 카풀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럭시는 기존 업계와 대응을 작은 스타트업이 할 수 없어 카카오의 힘이 필요하다고 봤다.

2000만 이용자를 갖춘 ‘카카오택시’가 카풀에 손을 댄다는 소식에 택시업계 위기감이 극도로 치달았다. ‘생존권 사수’를 외치며 여의도와 광화문에 수만명 택시기사가 모여 집회를 열었다. 택시 달래기에 실패한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서비스 출시를 계속 연기해야 했다. 일반인 카풀 기사 7만명을 확보해놓고도 12월 초 베타 서비스 출시에 그쳤다.

12월 초 한 택시기사가 스스로 몸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질러 사망하자 갈등이 극단으로 이어졌다. 결국 17일로 예정됐던 정식 서비스 출범이 다시 연기됐다. 20일 열린 3차 집회에서 택시업계 사상 최대 규모 인파가 운집해 카풀 반대를 외쳤다.

그러나 택시 집회와 파업은 카풀을 전국적으로 홍보하는 효과를 냈다. 모빌리티 업계는 택시 파업을 맞아 대대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이를 역이용했다. 10월 1차 파업 당시 풀러스 카풀 호출량은 평소 대비 50% 늘었다. 3차 파업에서 ‘무상 카풀’ 정책을 펴자 무려 평소 대비 770% 호출 증가가 있었다. 차량공유(카셰어링) 업체 쏘카도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을 펴며 힘을 보탰다.

카풀이 부침을 겪는 사이 다른 신규 모빌리티 모델도 시장에 가세했다. 올해 초 렌터카와 대리기사 모델을 접목한 차차크리에이션의 ‘차차’가 서비스를 선보였다. 승차거부가 없고 친절한 서비스를 앞세워 시장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역시 국토부가 ‘유사택시’라며 발목을 잡았다. 이로 인해 투자가 막히면서 회사 자금난이 심해져 10월 잠정적으로 영업을 중단했다. 김성준 대표가 정부 소통, 투자유치 실패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임했다. 내년 위법성 요소를 제거한 모델로 다시 재기에 도전할 계획이다.

쏘카는 자회사 VCNC를 통해 모빌리티 시장에 진입했다. 올해 10월 11인승 이상 승합차량으로 기사와 렌터카를 함께 제공하는 ‘타다’를 선보였다. 출시 1달여 만에 다운로드 10만 이상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했다. 택시보다 20% 정도 요금이 더 비싸지만 유모차, 휠체어 승객들이 크게 호응했다. 차량 내 은은한 향기, 무료 와이파이, 스마트폰 충전기 등을 제공하는 것도 서비스 차별점이다.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 릴레이’를 펴면서 입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내년 모빌리티 서비스 판도는 정부 여당이 제시한 ‘사회적 대타협기구’ 논의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3차 집회를 기점으로 택시업계는 대타협기구에 참석해 대화에 임하기로 했다. 연말에 기구 인적구성과 운영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택시업계는 ‘카카오카풀 베타 서비스를 비롯, 현재 진행 중인 카풀을 중단 후에 대화에 임하겠다’고 입장을 밝혀왔다.

카풀 전면 금지는 수용될 가능성이 낮다. 국토교통부 역시 합법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카풀은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국민 여론도 택시보다는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형편이다. 라이더(승객)뿐만 아니라 드라이버(운전자) 숫자도 늘고 있어 무시할 수 없다. 타다, 차차 기사들의 생존권 문제도 함께 다뤄지게 된다. 또 장차 풀러스의 주식 배부가 실시되면 수만명이 카풀 이해관계자가 된다.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되는 방안은 택시 상생 기금 마련이다. 카풀 등 모빌리티업계가 십시일반으로 기금을 조성해 택시 처우 개선을 지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카카오와 택시단체 사이에서 100억원 규모의 기금 출연 논의가 오갔으나, 수용 여부를 놓고 택시 내부적으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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