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행정안전부(장관 김부겸)는 지난달 6일 전자정부추진위 출범식을 겸해 제9차 전자정부추진위 회의를 개최했다. 전자정부추진위는 전자정부2020기본계획, 지능형 정부 추진계획 등 전자정부 주요 정책을 심의하고, 차세대 인증기반 도입 전략, 전자정부 수출전략 등 전자정부 사업과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 자리에선 정부가 발주하는 전자정부의 개념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주목받았다. 정부가 기능 등 요건을 수립해 발주하는 전자정부모델에서 이제는 민간이 먼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사업을 제안하면 정부가 이를 심사, 평가해 턴키(Tunn Key)로 발주하는 모델이 나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른바 전자정부사업에서도 ICT업체가 선제안하는 구조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다. 그동안 국내 전자정부사업은 공공 IT시장의 대표적 사업으로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최신 IT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전자정부 도입 계획이 추진 중이다.
지능형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행정서비스 재설계(ISP) 사업이 발주되는 등 전자정부2020 기본계획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 발주 등이 예고돼있다.
그동안 전자정부 사업은 정부가 사업모델을 수립하고 기술 등으로 제시하면 ICT업체가 이를 따르는 구조였다. 사업수립 과정에서 정보제공요청서 발송 등 ICT업체들과 교감이 이뤄지긴 하지만 사업의 주도권을 정부가 가지고 있는 만큼 공무원들의 사업발주 역량에 대해서는 그동안 말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민간에서 사업을 먼저 제안하고 정부 및 공공기관이 이를 심사해 받아들여지면 아이디어와 사업 수행방안을 제시한 곳에 사업을 주는 모델을 얘기하고 있다. 경쟁으로 인해 벌어지는 저가 수주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고 사업기간과 인력 투입 방안도 기업이 결정할 수 있다. 주52시간 근무 문제와 사업기간에 따른 배상금 등 사후 프로젝트 관리에 있어서도 효용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다만 업계의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해결되어야 할 일이 산더미다. 먼저 기재부 등 정부의 예산승인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통상 정부 및 공공기관의 사업은 전년도 사업계획 심의를 거쳐 예산을 수립 주무부처 등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구조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기 위해선 ICT기업이 1년 전부터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시행할 준비를 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반영해 능동적인 사업을 하자는 취지에 다소 어긋난다.
비슷한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제안될 경우 이를 심사해야 할 정부 및 공공기관의 피로도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또 사업을 제안하는 기업의 기술역량과 비즈니스 모델을 심사할 역량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시스템 통합(SI)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사업 등에선 IT업체가 수요기업에 선제안 하는 사례가 늘고 있긴 하다. 해당 사업모델과 업무 프로세스를 잘 알고 있는 IT서비스업체가 해당 기업에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아직 사업 초기이긴 하지만 블록체인이나 인공지능 관련 사업 등이 이러한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공공시장이 이러한 선제안 시장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혁신을 넘어서 ‘파격’ 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공공시장에 선제안 구조가 정착되면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던 사업 수주와 관련된 다양한 잡음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선제안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제안사와 수요기관 모두 똑똑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