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백지영기자] 내년 1월부터 금융회사들이 개인신용정보를 포함한 모든 정보를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은 우선 국내 소재 클라우드에 한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지만 주요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들이 국내에 리전(상호백업이 가능한 복수의 데이터센터)를 가지고 있어 장기적으로 금융 클라우드의 전면 개방에 나섰다.
금융당국의 이번 정책은 전격적이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사전에 이러한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움직임은 꾸준히 감지돼 왔다.
지난 2016년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안전한 클라우드 이용을 지원하기 위해 클라우드 활용및 관련 보안대책 적용 예시 등을 담은 금융보안원 가이드라인 등을 배포했으며 지난 3월 금융위원회는 ‘금융분야 데이터 활용 및 정보보호종합방안’을 통해 익명정보, 가명정보처리 등 비식별정보에 대한 불명확한 부분에 대한 정리 등에 나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분야 신기술과 관련된 학계, 관계 기관, 업계 등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테크자문단 제2차 회의를 열고 클라우드 활용 확대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히며 규제완화를 예고한 바 있다.
다만 금융당국이 클라우드 활용범위와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 감독상 필요한 보완방안 등에서 국내외 사례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 밝히면서 규제완화의 폭에 대해 업계는 관심을 가져왔다. 금융권 클라우드 활용과 관련해선 금융당국이 민간과 협의체 및 회의 등을 운영하면서 지속적으로 의견을 청취해왔다.
하지만 업계에선 그동안의 의견전달과 달리 중요 신용정보가 포함된 정보 이용 불가, 암호화 및 비식별화 과정 필요 등 여전히 금융사 클라우드 전환에는 한계 있다는 지적을 해왔다. 이번에 금융당국이 하반기 클라우드 서비스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내년부터 규제 완화에 들어간다고 발표하면서 금융권은 물론 클라우드 업계도 본격적인 시장 창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표는 시기적으로도 적절하다는 평가다. 규제 완화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사들은 내년도 사업예산을 수립하는 9월부터 클라우드 전환을 염두에 둔 IT예산 수립에 나설 수 있다.
대형 금융사들을 중심으로 클라우드 전환에 따른 사전 기술검증(PoC)과 적용 대상업무를 타진해 본 경험이 있다는 점도 빠르게 금융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 신한은행 등은 이미 아마존웹서비스(AWS)로 글로벌 시스템의 이전을 진행한 바 있으며 지속적으로 클라우드 적용을 위한 규제완화를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빠른 IT인프라의 클라우드 전환이 예고되고 있다.
관건은 금융당국이 하반기에 발표할 클라우드 서비스 가이드라인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기느냐다. 큰 틀에서의 클라우드 허용이 진행되더라도 금융당국의 서비스 가이드라인 각론에 어떤 내용이 담기느냐에 따라 클라우드 활성화 가능성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달 중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 금융회사,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금융권 클라우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계획인데 실제 그동안의 금융당국 규제완화 정책을 살펴보면 가이드라인 등 세부적 규제에 가로막혀 실제 서비스까지 제한받는 경우가 상당수 있었다.
다만 업계에선 최근 금융당국이 ‘마이데이터’ 등 정보의 자기결정권 도입 등 혁신적인 수준의 정책 수립 및 규제완화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가이드라인도 이번 결정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한 수준에서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용 부실을 이유로 지난달 27일 당정청 핵심 관계자들과 하려던 ‘제2차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3시간여 앞두고 전격 취소하는 등 문재인 정부 2기가 출범하면서 정부의 각 부처에 대한 규제개혁 요구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금융당국으로서도 혁신적인 규제 완화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