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기 들어간 삼성 작업보고서…쟁점과 전망은?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고용노동부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이하 작업보고서)’ 공개와 관련해 행정부와 사법부가 연달아 제동을 걸었다. 지난 17일 국민권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작업보고서 정보공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것. 산업부도 산업기술보호위원회 반도체 전문위원회 2차 회의에서 해당 작업보고서가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다는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서 18일에는 수원지방법원 행정3부가 삼성전자가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장 등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일단 행정심판(행정부), 행정소송(사법부)에서 모두 작업보고서 공개를 막은 셈이다. 물론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하므로 고용부가 또다시 재공개를 추진하거나 본안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길이 마련되어 있다.
삼성전자 관점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고용부의 태도다. 실제로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국회의원은 물론 장관 후보자 시절부터 첨단산업을 대상으로 정보공개 법안을 만들고 안전보건진단보고서를 공개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반도체 노동자의 인권지킴이(반올림)와 삼성을 양자 간 정례협의체나 중재 기구가 구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까지 했다.
특히 고용부는 여당과 함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부개정안을 통해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의 온라인 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근로자 건강장해에 대한 예방·대응이 어려워지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는 게 이유다.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영업비밀에 대해서는 화학물질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아니며, 제출된 MSDS가 전부가 아니라 사업장 정보, 물질명칭, 유해위험 정보 등 최소한의 정보만 공개하겠다는 설명이다.
또한, 유럽의 REACH(Registration, Evaluation, Authorization and Restriction of CHemicals)를 예로 들며 인터넷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 사업장 정보, 물질명칭 및 유해성 정보 등을 공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우선 최소한의 정보라는 단어다. 사업장 정보라고 두루뭉술하게 언급했으나 이 안에는 입맛에 맞게 얼마든지 영업비밀을 꿰어다 놓을 수 있다는 것. 더구나 산안법 개정안에 참여하고 있는 국회의원은 노동계 출신이 대부분이라 기업 처지를 대변하기가 어렵다.
예컨대 작업보고서 공개 결정을 내린 고용부 정보공개심의회 의원 26명 가운데 반도체나 업계 전문가가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니 산업부 산업기술보호위원회 반도체 전문위원회가 살펴본 작업보고서 해석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고용부는 정보공개와 핵심기술 판단은 구분되는 것이라 선을 그었지만, 어떤 정보가 기업 경쟁력을 좌지우지하는지는 각계의 입장을 모두 들어봐야 알 수 있다.
업계에서는 고용부가 유럽의 REACH를 언급하고 있으나 이조차 영업비밀의 경우 제한된 인원에게만 공개될뿐더러 상업적 이익이 있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소명되면 별도로 보호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누구나 인터넷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게 공통된 주장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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