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최근 배달음식 업주들 사이에서 ‘먹깨비’라는 신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가 화제를 모았다. 월 사용료가 없고, 비교적 저렴한 건당 수수료를 받으며, 상위 노출을 경매 입찰식이 아닌 가격 할인율 등에 따라 배정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배달 앱 시장은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이 사실상 점유율 10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배달의민족이 55.7%, 요기요가 33.5%, 배달통 10.8%를 차지했다. 배달앱 숫자 자체는 수백개가 넘지만 통계 자체가 잡히지 않을 정도로 점유율이 미미하다. 배달통 다음으로 이용자 수가 많은 배달365 정도를 제외하면 배달114, 배달이오 등도 수년째 앱 업데이트가 멈춘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업체가 서비스를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먹깨비는 지난 15일 정식 출시됐다. 더욱이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광고모델로 발탁하고 케이블방송 광고를 집행하는 등 초기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다음 달부터 공중파를 포함 매월 1500회 이상 광고를 노출한다고 밝혔다. 포털, 옥외광고, 푸드트럭 등 각종 매체를 통한 홍보도 병행한다. 모회사가 자금 여력이 있어 초기 비용 투자는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먹깨비는 정률 수수료 없이 주문 1건당 고정으로 330원 광고비용을 받는다. 앱 내 바로 결제 시 PG(결제대행)수수료 3%가 붙고, 전화 주문은 통화가 10초 이상 지속 시 1건으로 인정한다. 같은 번호 중복 차감은 없으며, 전화 수수료는 하루에 10건까지만 받는다. 초기 가입비는 5만5000원이다.
배달의민족은 건당 앱 내 바로 결제 시 PG수수료 3%와 월 광고비 기본료 8만원을 받는다. 요기요는 건당 PG수수료 포함 15.5%를 받는다. 배달통은 PG수수료 포함 5.5% 혹은 월 광고비 기본료 3·5·7만원을 선택할 수 있다.
주문 단가, 주문 수 등에 따라 셈법이 복잡해지지만 평균적으로 따지면 먹깨비가 기존 업체들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업주들 역시 초기 가입비, 전화 주문에 건수 부과 등에는 불만을 표시했으나 고정비가 없어 주문수가 어느 정도 나온다면 메리트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아한형제들과 알지피코리아가 독점하고 있는 배달앱 시장에서 대안이 등장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수수료 외 눈에 띄는 차별점은 상단 노출 기준이다. 먹깨비는 할인율이 높을수록 최상단에 배치된다. 할인에 대한 비용은 업주가 부담하지만 할인율과 할인 시간은 업주가 선택할 수 있다. 지나친 경쟁을 막기 위해 횟수는 하루 3번으로 제한했다. 빠른 배달을 원하는 고객, 밀린 주문이 없어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한 업주를 위한 ‘로켓배달’도 상단에 노출된다.
배달의민족은 최상단에 노출되는 ‘슈퍼리스트’를 비공개 입찰, 요기요는 공개 입찰 방식으로 진행한다. 해당 방식은 배달앱과 소상공인연합회 등 일부 소상공인단체와 마찰을 빚는 주요 원인이 됐다. 지난해 소상공인연합회는 “업체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1달에 50만원 광고비 지출”, 배달의민족 측은 “50만원 지출은 전체 광고주의 4%에 불과하다”고 밝히며 서로 날을 세운 바 있다.
강용구 먹깨비 영업본부장은 “가장 상단에 할인을 가장 많이 하는 업체가 노출되니 소비자에게도 이득이 된다”며 “기존 배달앱 업체들에게 상위입찰, 수수료로 썼을 비용을 차라리 소비자에게 쓰라는 의미”라고 시스템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또 “기존 배달앱 업체들은 기존 수익 모델이 있기 때문에 이를 포기하고 먹깨비와 같은 방식을 택하기 어렵다”며 “만약 먹깨비의 등장이 기존 배달 업계의 수수료 체계에 변화를 가져온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저희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관건은 이용자 확보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의 경우 이미 1000만명 이상이 앱을 다운받았다. 최근엔 비교적 줄어들었으나 이들은 스타 연예인을 동원해 매년 평균적으로 3사 합계 400억~500억원 수준의 마케팅비용을 지출해왔다. 특히 배달의민족은 공개하는 광고마다 그 자체로 화제를 모았다. 먹깨비의 광고나 마케팅 전략을 살펴보면 비교적 밋밋하다는 평가다.
상단 노출 방식 역시 업주들에겐 파격적이지만, 소비자에게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이미 경쟁업체들은 주기적으로 어떤 업체에서든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가 할인율이 높은 식당만 선호할 것이라고도 보기 어렵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다른 업체들이 수년 간 쌓아온 노하우와 브랜드, 주문, 후기 데이터가 없다는 점이 이용자 확보에 가장 큰 난관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