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뜬 구름일까 큰 그림일까…‘카카오 3.0’ 비전 들어보니

이대호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카카오(공동대표 조수영, 여민수)가 신임 공동대표를 맞아 향후 비전을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27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 조수용, 여민수 공동대표가 참석했다. 두 대표는 미디어 앞에서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조수용 대표가 먼저 나섰다. 회사가 내세운 키워드는 ‘카카오 3.0’이다. 그는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위주의 회사일 때를 1.0 ▲다양한 투자와 인수를 통해 메신저를 뛰어넘어 여러 영역으로 진출한 시기를 2.0으로 봤다.

조 대표는 카카오 3.0에 대해 “전체 공동체의 사업을 어떻게 하나의 브랜드로 의미 있는 가치를 전달할까, 시너지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보고 있다”며 “내부에선 3.0, 3기로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당장의 청사진 없어…“큰 역할, 먼 미래보는 기업” 역할론 강조
=이날 두 대표는 수익화를 위한 당장의 청사진은 꺼내 보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조 대표는 “단기적으로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무리수는 지양한다”며 “미래에 존경받을 수 있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카카오는 정말 미래를 보고 달려가야 하는 기업”, “먼 안목을 가지고 움직여야 하는 기업”이라며 인터넷 생태계 내 역할론을 언급했다.

어찌 보면 간담회를 통해 두 대표가 내놓은 카카오톡의 진화 전략과 글로벌 진출,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 등 향후 사업 방향은 ‘뜬 구름’으로도 비쳐질 수 있다. 구체적인 실행 전략 공개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카카오가 큰 그림을 내세웠지만 지난 몇 년 새 카카오가 걸어왔던 길을 보면 보수적인 외부 시선을 거둘 수 없기도 하다.

카카오는 해를 거듭할수록 경쟁사였던 네이버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카카오의 작년 실적은 매출 1조9723억원, 영업이익 1650억원이다. 같은 기간 네이버와 비교 시 매출은 42%, 영업이익은 14% 수준이다.

조 대표는 수익화와 관련해 “카카오와 멜론의 강결합을 통해 멤버십 공고화를 기대하고 IP(지식재산)의 투자 결과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비즈니스로 되돌아올 것이라 본다”며 “음성인식 기술은 최고라 자부하는데, 이 기술이 사람들에게 안착되면 수익은 고민하지 않아도 생길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카카오톡 진화’ 이어간다=조 대표는 카카오 서비스의 출발점인 카카오톡의 ‘진화’를 강조했다. 얼마 전에 변화가 있었다. 카카오톡(카톡)과 음원서비스 멜론을 결합, 대화방 내에서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고 바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조 대표는 ‘카톡과 멜론의 강결합’이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유기적인 결합을 꾀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톱100 위주로 음원 감상이 이뤄지다보니 여기에 진입하지 못한 음악에 대한 고민이 많다”며 “공유하고 같이 들으면서 음악을 발견하는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오픈채팅도 커뮤니티 서비스로 확대, 전개한다. 조 대표는 “(오픈채팅방 중 하나인) 고독한 박명수방엔 대화 없이 짤(사진)을 계속 올리는 식으로 커뮤니티가 일어난다”며 “이런 오픈채팅 커뮤니티를 더욱 건강하게 키울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랍 프로젝트’도 언급했다. 카카오톡을 이용자 개개인의 삶을 기록하는 공간으로 만든다. 연내 출시를 목표다.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원하는 디지털자산을 말하듯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AI 스피커 카카오미니엔 카카오톡 보내기, 카카오택시 호출, 음식 주문, 교통 안내 등 주요 서비스를 추가, 이용자 편의성도 높일 방침이다.

◆지식재산(IP) 창작 지원에도 힘 실어…글로벌 시장 노크=카카오는 음악, 웹툰·웹소설, 게임, 영상 등 지식재산(IP)에 대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 창작자 지원도 강화한다. 우수 IP를 통해 글로벌 진출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일본을 겨냥했다. 글로벌 사업의 주요 거점인 일본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지에도 진출한다. 지난 1월 해외 투자 유치를 통해 조달한 재원을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 업체 인수합병(M&A)에 활용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다질 예정이다.

조 대표는 “플랫폼 기반으로 글로벌 진출은 너무 바라지만 쉽지가 않다”며 “IP가 글로벌 진출의 틈을 열 수 있는 중요 단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심 집중된 ‘블록체인’…“카카오코인은 없다”=
이날 블록체인 사업의 방향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카카오는 연내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해 건강한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글로벌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최근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 X(Ground X)’를 일본에 설립했다. 회사 대표엔 전 퓨처플레이 최고기술경영자(CTO)인 한재선 박사를 임명했다.

그라운드 X는 카카오만의 플랫폼이 아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전 세계 IT기업들과 네트워크를 형성,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리더십을 가져갈 계획이다. 기존 카카오 서비스와 접목을 시도함은 물론 새 플랫폼 출시도 준비한다.

여민수 대표는 “IT 산업 패러다임은 급변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금까지 인터넷과 모바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틀에 얽매이지 않고 그 시대의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끊임없이 시도해나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카카오코인 발행과 관련해 조 대표는 “카카오코인 발행은 없다”며 분명히 했다. 여 대표는 “카카오코인을 구해 줄테니 송금하라는 사칭과 어뷰징이 있는데 회사가 단호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언론에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연내 공개할 블록체인 기반 새 플랫폼에 대해 “플랫폼이 잘 만들어져 있어야 이런 세상이 올 것이다 추측하고 할 것인데 열심히 진행하고 있다. 향후 전문가분을 모시고 강연을 부탁드리든지 하겠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이대호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