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분석] 파인텍, 활로모색 안간힘…주가하락 우려속 BW발행, 승부수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디스플레이 전문기업 파인텍(대표 강원일) 주가는 1년 새 60%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해 초 1만1000원대이던 주가는 최근 4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최근 주가 하락은 기존 주력사업 악화에 따른 사업 구조조정과도 연관돼 있다. 회사는 작년 8월 기업설명회(IR)를 통해 기존 주력사업인 백라이트유닛(BLU) 사업을 접고, ESL(전자가격표시기) 등 신규사업에 적극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주력 사업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자 새로운 사업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이와 더불어,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 등으로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주가가 희석된 영향도 있다. 앞서2016년 8월 회사는 182억원 규모의 제1회차 BW를 발행한 바 있다. 이 중 85억원 가량은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상환됐으며, 현재 미행사 잔액은 97억원이다. 회사는 2016년 11월 13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보통주 250만주가 작년 1월 상장됐다.
최근에도 회사는 BW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6일 코스닥시장본부는 BW 발행 추진설에 대해 조회공시를 요구하자 당시 파인텍 측은 “BW 발행을 추진 중에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파인텍은 이후, 20일 공시를 통해, 250억원 규모의 주주우선공모 신주인주권부사채(BW) 발행을 결정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BW는 권면총액 250억원으로, 3년 만기로 발행됐다. 쿠폰금리와 만기보장수익률(YTM)은 각각 연 1%와 5%로 책정됐다. 신주인수권 행사에 따른 발행 예정 주식 수는 약 530만주다. 파인텍이 BW발행을 통해 새롭게 수혈되는 자금으로 앞으로 활로 모색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한편, 최근 회사는 전장사업에 터치시스템을 납품하면서 매출 구조 다원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 7일 이달부터 현대모비스에 차량용 터치시스템을 공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모비스에 계속 납품할 가능성이) 높다. 전장사업 특성상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라며 “현대모비스라는 세계적인 부품사와 조인해 선행개발해서 납품하게 된 것이다. 계약 차종은 1개로, 유럽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기관 투자자들은 이 회사가 사업전환에 성공했는지 여부를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사업 전환에 따른 리스크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유병훈 경영지원본부 사장은 지난 1월, 보유한 파인텍 주식을 모두 팔고 임기만료 전 퇴임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강원일 대표로, 올해 2월 기준 지분율은 20.24%(207만1491주)다. 특수관계인 5인을 합하면 최대주주 측의 총 지분율은 22.00%(225만1590주)다.
강원일 대표는 삼성SDI에서 7년 가까이 근무하다, 2001년 백라이트유닛 사업을 진행하는 나모텍을 설립했다. 당시 나모텍은 백라이트유닛 사업으로 업계서 주목을 받았으나 신규 사업 확장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다 결국 2008년 상장폐지됐다. 이후 강 대표는 2008년 11월 파인텍을 설립해 지금에 이르렀다.
◆ 사업 구조조정 여파 지속 = 작년 11월 발표된 이 회사의 작년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358억원, 57억원, -81억원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 96% 올랐으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27억원)보다 적자폭이 더 깊어졌다.
작년 4분기 실적도 좋지 못했다. 지난 9일 발표된 작년 연결기준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1223억원, 79억원, -217억원이다.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20.4%, 193.8% 하락하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4분기만 따져보면, 매출액 305억원, 영업이익 29억원, 당기순이익 -49억원이다.
이 같은 실적 악화는 회사가 기존 주력사업인 백라이트유닛 사업을 접는 과정에서 일어난 손실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작년 사업 구조조정으로 발생한 ‘중단영업손실’은 135억원이다.
작년 4분기 실적 부진도 사업 전환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공시를 통해 “BLU 사업의 중단사업 결정으로 매출액 등이 감소했으며 중단사업 회계처리를 적용함으로써 BLU 사업부문 손익을 중단사업 손익으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회사 관계자는 주가 부진에 대해 “기관(투자자)들이 (2017년 4분기) 실적을 보고 들어오겠다고 한다” 며 “아무래도 (작년 3분기) 영업이익은 턴어라운드 했으나 순이익 부문에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3분기 영업이익(57억원)은 전분기(-34억원)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당기순이익(-81억원)은 전분기(-40억원)와 비교해도 적자폭이 더 커졌다.
아직 시장에선 파인텍의 작년 3분기 실적만으로 이 회사가 사업전환에 성공했는지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작년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기관투자자들은 투자할 의향이 생겼을까. 4분기 실적이 여전히 좋지 않았던 만큼, 아직 시장에선 이렇다할 반응은 없다.
회사측은 최근 주가 하락이 시장 침체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회사 관계자는 “지금 우리 뿐 아니라 AP시스템, 톱텍, 제이스텍 등 대부분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관련주가 조정받고 있다”며 “이 때문에 호재성이 많아도 OLED 시장이 받쳐주는 역할 밖에 못한다. 올해 적자 사업 정리가 마무리되면서 당기순이익까지 턴어라운드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 유병훈 사장 보유주식 모두 팔고 퇴임 = 이 회사의 경영지원본부장인 유병훈 사장은 지난 1월2일 보유주식 5만주(보통주)를 모두 팔고, 임기만료를 3개월 정도 앞두고 퇴임했다. 그는 2년 전인 지난 2016년 3월25일 파인텍 사장으로 선임됐으며, 임기만료일은 2018년 3월24일이었다.
작년 8월, IR을 통해 유병훈 전 사장은 적자사업인 백라이트유닛 사업을 접는 수순을 밟고 ESL, 디지타이저 등 새로운 사업에 적극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유 전 사장은 지난 2004년 8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파인텍의 전신격인 나모텍의 부사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유 전 사장이 나모텍에서 3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근무하고 퇴사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음해 회사가 상장폐지됐다. 당시 나모텍은 무자본 M&A(인수합병) 세력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나모텍과 유사?...파인텍 "지나친 우려" 일축 = 일각에선 나모텍의 상장폐지 과정과 파인텍의 사업과정이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나모텍은 상장폐지 전, 실적이 악화됨에 따라 경영개선을 위한 유상증자를 실시해 주식 수가 늘어나는 과정을 밟았었다. 파인텍 역시 실적이 좋지 못한 가운데 BW 전환 등으로 주식 수가 늘어나고 있다. 신규사업을 추진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과정도 비슷하다.
그러나 파인텍은 과거 나모텍과 연관시키는 것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파인텍 관계자는 “‘나모텍처럼 먹튀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시각때문에 우리가 피해를 많이 봤다”며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한국거래소가 그런 가능성이 있는 회사를 상장시켜주진 않는다. 우리도 분명 증권신고서에 그 부분을 명시했고 한국거래소에서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실제 당시 나모텍의 대표이사도 다른 분이었다. 강 대표님은 당시 회사의 CTO(최고기술책임자)로서 경영에 전혀 관여를 하지 않았다”며 나모텍과 현재 강 대표가 연결돼 해석되는 것이 지나친 우려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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