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분석] 효성, 오너리스크 속 회사채 강행 “증액 검토 중”…분할 후 신용등급 관심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효성(대표 조현준, 김규영)이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효성은 지난 8일 회사채 수요예측을 실시한 뒤, 증액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발행금액 규모는 1300억원~2000억원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오너리스크 등 대외변수가 있는 기업은 공모채 발행을 보류하는 경향이 있다. 효성 오너가는 그동안 분식회계 및 횡령 등의 혐의로 여러 번 검찰 수사를 받았다. 특히, 작년 효성 오너일가의 분식회계 이슈가 불거지면서 지난 1월 조현준 효성 회장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같은 오너일가의 분식회계 이슈 때문에 효성은 작년 공모채 발행을 진행하지 않았다. 지난 2015~2016년 3000억원이 넘는 수요예측을 매년 실시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이번엔 여러 대외 이슈에도 회사채 발행을 단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효성이 인적분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사업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효성은 오는 6월1일 4개 사업부문으로 인적 분할된다. 투자를 담당할 존속법인인 지주회사 효성과, 분할회사인 효성티앤씨(섬유/무역), 효성중공업(중공업/건설), 효성첨단소재(산업자재), 효성화학(화학) 등 4개의 사업회사로 나뉘게 된다. 신설 분할회사들에 대한 신주상장 예정일은 7월13일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인적분할 이후 신용평가사들이 효성 분할사들에 대한 신용평가를 조정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기존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상황에서 신용등급 이슈가 생기지 않도록 회사채 발행을 강행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1일, 25일에 각각 300억원, 1000억원 규모 회사채의 만기가 도래했다. 오는 6월에는 1300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가 예정돼있다. 현재 효성의 신용등급은 A+다.
한편, 최대주주인 조 회장은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효성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지배력을 높이는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조 회장은 지난 2월8일부터 2월21일까지 총5만2045주를 매수하는 등, 꾸준히 지분을 높여왔다. 올해 2월27일 기준 조 회장은 효성 주식 506만8484주(지분율 14.43%)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 주가는 작년 8월 이후 약 30% 가량 하락했다. 지난 8일 종가는 12만1000원이다. 신한금융투자(연구원 이응주, 한상원)는 최근 주가 하락에 대해 “어닝쇼크, 지주사 전환 발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작년 효성의 실적은 시장기대치를 밑돌았다. 효성의 작년 연결기준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12조5464억원, 7708억원, 3408억원이다. 시장기대치는 물론, 전년 실적보다도 낮아진 수치다. 2016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조163억원, 4754억원이었다.
신한금융투자는 “유가 급등을 고려해 올해 EPS(주당순이익) 전망치를 기존 대비 13% 하향했다”며, 효성 목표주가를 기존 18만원에서 16만5000원으로 내렸다.
◆ 오너리스크에도 회사채 발행 “증액 검토 중” = 지난 6일 효성은 3년물 1000억원, 5년물 300억원 등 총 13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어 8일에는 회사채 발행에 앞서 수요예측이 실시됐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발행금액은 최대 2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와 관련 8일 효성 관계자는 수요예측 결과에 대해 “증액은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액수 등은 확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오는 12일 효성은 회사채 발행 규모 등의 내용을 포함한 정정공시를 낼 예정이다.
이처럼 효성이 오너일가 문제, 지주사 전환과 같은 굵직한 대외변수가 존재함에도 회사채 발행을 단행하는 것과 관련, 시장에선 정부의 재벌 규제가 자리 잡기 전, 지주사 전환을 서두르겠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아울러, 회사는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분할 후 개별 등급이 매겨지는 것보다 현재의 신용등급(A+)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효성은 대외변수에도 불구, 시장에서 보는 자사의 사업적 가치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6일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진행된 기업설명회(IR)에서 회사 관계자는 “사실 (회사가 보는 인적분할 시기는) 6월1일이 마지노선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회사로서도 지주사 전환을 더는 미룰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날 회사 관계자는 “우리가 1월3일 분할하겠다고 한국거래소에 신고했을 때 거래소에서는 ‘왜 우리가 국회보다 먼저 입장을 표명해야 하느냐’란 매우 보수적인 입장이었다”며 “분할 신고 후 (한국거래소 답변이) 두 달 정도 지연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 불확실성이 줄어 미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원래 계획대로) 6월1일에 분할될 가능성이 아무리 봐도 90~95% 이상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지급어음 결제를 위한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주관사는 KB증권, 미래에셋대우, 대신증권이며, 회사채 발행 예정일은 오는 16일이다.
◆ 분할 이후 신용등급은? = 효성은 사업과 재무구조 개선에 힘입어 지난 2016년 11월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상향됐다. 오는 6월 이후, 분할회사들의 신용등급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증권사들은 효성이 분할돼도 신용평가업계에서 등급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번에 효성이 발행하는 회사채는 분할되는 회사가 분할 전 채무에 대해 상호 연대보증 책임을 갖기 때문이다.
7일 한국투자증권(연구원 김기명)은 “이번에 발행되는 회사채는 분할된 회사들이 상호 연대보증 책임이 있기 때문에 현 신용등급이 조정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예상했다.
회사 측도 상호 연대보증 책임이 있는 만큼 분할 후 각 회사들의 신용등급이 조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9일 효성 관계자는 “분할을 하기 위해서는 모든 은행 채무나 회사채에 대해서 연대 보증을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연대보증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 채권자들의 동의를 다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분할 후에는 각 회사들이 발행하는 회사채 등급은 연대보증 책임이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현재 효성의 신용등급과는 다르게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분할 후에는 각 사업부문 간 사업위험 분산 및 보완효과가 소멸되고 각자도생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며 “연대보증책임이 없는 신규발행 회사채 등급도 현재 등급과 같을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내다봤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 수준의 재무구조가 유지되는 경우 4개의 분할회사의 재무구조는 대체적으로 양호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일 DB금융투자(연구원 이혁재, 박정호)가 내놓은 분석자료에 따르면, 분할 이후 효성티앤씨의 재무상태는 매출액 4조원, 영업이익률 7%, 부채비율 164%, 차입금의존도 27% 수준으로 예상되며 효성중공업은 매출액 3조원, 영업이익률 5%, 부채비율 164%, 차입금의존도 17% 수준으로 전망된다. 효성첨단소재도 매출액 2조원, 영업이익률 9%, 부채비율 149%, 차입금의존도 44%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화학부문의 효성화학은 다른 분할회사에 비해 부채비율이 다소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DB금융투자는 “효성화학은 매출액 1조원, 영업이익률 9%, 부채비율 351%, 차입금의존도 57%가 될 것”이라며 “분할 전 차입금의 많은 부분을 책임지게 돼 향후 채무상환능력에 부담스러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효성의 작년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률은 각각 12조5464억원, 6.1%였으며,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276.2%, 50.0%였다.
한편, 증권계에서는 효성의 인적분할 등 사업구조 및 지배구조 변경에 따라 사업 불확실성이 대두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DB금융투자는 “향후 분할을 통해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인한 수익의 안정성은 다소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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