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브로드컴 장외전…미뤄진 주총 그 이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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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6일(현지시간)로 예정됐던 퀄컴 주주총회가 급작스럽게 연기됐다.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주총을 30일 뒤로 미루라고 명령한 것. 브로드컴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주주나 이사회 몰래 CFIUS와 소통해왔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퀄컴은 CFIUS와 사전 접촉한 것은 브로드컴이라며 반박했다. 근거 없는 주장이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동안 CFIUS는 철저하게 자국 이익에 따라 움직였다. 외국자본이 무차별적으로 미국 기업을 넘보지 못하도록 하는 방패 역할을 했다. 브로드컴은 싱가포르에 본사가 있는 아바고테크놀로지가 전신이다. 브로드컴이라는 회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했지만, 아바고에 인수되면서 국적이 달라졌다. 바꿔 말하면 미국 정부 차원에서 퀄컴을 보호하고 있다는 의미다.
CFIUS가 개입한 이유는 주총 표대결에서 퀄컴이 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가 외부로 흘러나갈 수 있었던 것은 브로드컴의 개입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퀄컴이 굳이 이런 사실을 알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총이 정상적으로 열렸다면 11명의 이사 가운데 6명이 교체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퀄컴에 충격적인 일이다.
일각에서는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퀄컴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사전 투표를 진행한 결과 브로드컴에 인수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직원이 적지 않았다”라며 “이런 사실이 외부로 나가지 않도록 함구령을 내렸으나 최근 몇 년 동안 회사에 실망한 직원이 많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성장 정체로 한동안 표류한 퀄컴이 NXP 인수가 지지부진하고 각국의 반독점 제재로 인해 나타난 결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NXP 이전까지 퀄컴의 인수합병 전략은 고유의 라이선스 모델을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왔다”라며 “성장이나 새로운 혁신이라기보다 특허를 보호하기 위함이었고 이 과정에서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기업을 샀고 적지 않은 돈을 썼다”라고 전했다.
◆자국에 이익이 되는지가 핵심=퀄컴은 7일 공식성명을 통해 CFIUS의 명령에 따라 주총이 오는 4월 5일로 연기됐다고 발표했다. 이 기간에 CFIUS는 브로드컴이 미국 안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조사를 벌이게 된다.
잘 알려진 것처럼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하겠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당연히 미 정부 설득에 나설 수밖에 없다. 퀄컴은 이미 정치권에 손을 내민 상태다. 주주, 정부, 언론,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가 총출동하는 장외전이 불가피하게 된 셈이다.
관전 포인트는 30일 동안 퀄컴이 NXP 인수를 마무리할 수 있느냐다. 중국 정부의 승인만 받으면 9부 능선을 넘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는 기존의 카르텔을 고려해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대놓고 칩을 안 쓰겠다고까지 했다. 이들이 당국에 NXP 인수 승인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하면 퀄컴은 한숨을 돌릴 수 있다.
CFIUS의 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퀄컴은 외부 공격에 취약점을 노출했다. 시장지배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어서 앞으로의 사업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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