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WTO 제소…삼성·LG, “소비자 선택권 침해”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올 것이 왔다. 결국 미국이 삼성전자 LG전자 세탁기에 고율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했다. 삼성전자 LG전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 생산을 최대한 당기는 방향으로 대응한다.

22일(현지시각)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삼성전자 LG전자 세탁기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승인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세탁기 완제품 120만대에 대해 ▲1년차 20% ▲2년차 18% ▲3년차 16%의 관세를 부과한다. 120만대 초과에 대해선 ▲1년차 50% ▲2년차 45% ▲3년차 40%의 관세를 매겼다. 부품은 ▲1년차 5만개 ▲2년차 7만개 3년차 ▲9만개는 무관세다. 이를 넘으면 ▲1년차 50% ▲2년차 45% ▲3년차 40%의 관세를 책정했다. 한국 등 미국 외 생산분 모두 포함했다. 즉 미국서 생산해 미국서 팔라는 뜻이다. 부품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LG전자는 반발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 결정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시장에 손실을 입히는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삼성전자 세탁기의 혁신적인 기능과 디자인을 원하는 미국 소비자는 비싼 가격으로 구매하는 부담을 갖게 됐다”고 비판했다. LG전자는 “LG전자는 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 결정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세이프가드 발효로 인한 최종적인 피해는 미국의 유통과 소비자가 입게 되고, 지역경제 및 가전산업 관점에서도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입장과 별개로 양사 미국 판매 차질은 피할 수 없다. 양사는 일단 미국 생산 일정을 서두른다. 유통엔 그대로 제품을 공급한다. 가격인상을 하지 않을 경우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격을 올릴 경우 판매가 줄 우려가 있다.

삼성전자는 “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 공장에서 1월 12일 세탁기 생산을 시작했으며, 미국 소비자에게 차질 없이 공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LG전자는 “세이프가드 대상에서 제외되는 대용량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판매를 확대해 시장지배력을 유지할 계획이다. 테네시주에 건설 중인 세탁기 공장은 내년 초에서 올 4분기에 앞당겨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LG 세탁기는 미국의 유통과 소비자가 선택해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성장해올 수 있었다. 앞으로도 LG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유통 및 소비자에게 혁신적인 프리미엄 제품을 지속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우선 WTO 분쟁해결기구에 WTO 한미 세탁기 분쟁(DS464) 관련 미국에 대한 양허정지 승인을 요청했다. 이 건은 이번 일과는 직접 관련은 없다. 지난 2012년 12월 미국 상무부가 내린 반덤핑관세 삼성전자 9.29% LG전자 12.02%, 상계관세 삼성전자 1.85%에 대한 일이다. WTO는 지난 2016년 9월 미국이 잘못했다고 판결했다. 미국은 WTO 판결을 이행치 않았다. 아껴둔 카드인 셈이다. 한국은 양허정지 금액은 연간 7억1100만달러(약 7600억원)이다. 미국의 한국 수출 상품 중 골라서 제재할 수 있는 근거다. 이와 별개로 이번 건에 대한 제소도 할 방침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는 발동 요건을 전혀 충족하지 않고 있다. 우리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설립해 미국경제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불구 우리 투자기업에게 불이익을 가한 점 등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WTO에 제소하겠으며 세이프가드 조치 대상국과 공동대응하는 방안도 적극 협의해나갈 계획이다. 보상 논의를 위한 양자협의를 즉시 요청할 예정이며 보상 결렬시 양허정지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