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SW산업 전망①] 월화수목금금금…SW개발자가 홀대받는 사회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SW 아직도 왜?’ 라는 이름의 태스크포스(TF)를 운영했다. SW산업현장의 고질적 병폐는 십수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다는 인식이다. 9번의 TF 활동 이후, 정부는 SW업계의 유일한 법인 ‘SW산업진흥법’ 전면개정이라는 카드를 집어들었다. 과연 이 법은 국내SW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 <디지털데일리>는 새해를 맞아 국내 SW 시장상황과 SW산업진흥법 전면개정(안) 분석, 기대 효과 등을 가늠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국내 소프트웨어(SW) 개발자를 두고 흔히 ‘4D’ 업종이라고 부른다. 미국은 SW 엔지니어가 연봉도 높고 대우받는다는데 한국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죽하면 코딩하다 막히면 동네 치킨집 사장님한테 물어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까.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SW개발자의 실질 퇴직연령은 평균 45세에 불과하다. 잦은 야근과 박봉, 경력이 올라갈수록 관리직으로 밀리는 회사 직급 체계 때문에 개발자로서 경력을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SW개발자들이 45대 중반에 은퇴해서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치킨집’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왜 국내에선 SW 개발자 혹은 엔지니어에 대한 처우가 낮을까. 이들은 SW산업의 중심에 있음에도 SW생태계의 가장 아래에 있을까. 이는 대형 사업이 많은 공공, 금융업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이유가 무엇일까.
SW와 SI(시스템통합)의 경계가 모호한 측면이 있지만, 이는 마치 닭과 달걀의 문제처럼 맞물려있다. 하도급과 이로 인한 발주기관, 대기업의 갑질, 부조리한 노동 환경, 구직자의 SW기피현상 등 원인은 무수히 많다. 심지어 공공SW사업에선 갑-을-병-정으로 내려가는 하도급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대기업의 참여제한까지 내걸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SW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제값을 쳐주는 것이 결국 개발자들의 처우와 환경을 개선하는 시작점”이라고 지적한다.
◆SW의 제대로된 가치 인정 필요=무형의 SW도 기존의 물품 구매 관행처럼 값부터 깎거나 SI 형태로 공급하길 원하는 발주행태, 발주기관의 전문성이 없다보니 수시로 변경되는 과업내용, 마치 건설현장처럼 개발자의 머릿수를 세서 대가를 지불하는 헤드카운팅(맨먼스)는 그동안 SW업계의 적폐로 지적돼 왔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취임 이후 ‘SW, 아직도 왜’ 라는 TF를 운영하면서 “SW로 사람이 몰리게끔 건강하고 희망적인 업계 풍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작은 문제라도 절박하게 변화시켜야 한다. 개발자들의 열악한 업무 환경을 개선하고, 노동 문제를 해결해주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소프트웨어에서 승부를 거는 사람이 많아진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차례 진행된 ‘SW, 아직도 왜’ TF는 공공SW 사업의 불합리한 관행을 없애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에 따르면 공공SW 부문에서 지적된 사항으로는 ▲설계 과정에서 사용자 요구사항 불명확 ▲과업 변경에 대한 적정 대가 미지급 ▲명확한 설계 없는 사업 수행으로 관련 분야 지식·정보·자료 축적 부족 등이다.
이로 인해 국내 SW산업 발전기반이 약화되고, 국내를 대표하는 SW기업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발주기관의 전문성이 없다보니 정확히 본인들이 원하는 시스템 구현이 불명확하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계속 변경된다. 기업은 기한 내에 과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열악한 근로 환경을 감내해야 한다.
과업 변경에 대한 적정 대가도 지급되지 않아 SW기업의 수익이 악화되고, SW기업으로 우수한 개발자들이 오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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