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새해 가상화폐 시장은 된서리를 맞았다. 지난 12월 28일 정부가 내놓은 가상화폐 관련 특별대책에 따라 가상통화 거래에 사용되던 은행의 가상계좌 활용이 금지되고 다른 은행 계좌를 통한 입금이 엄격히 차단되는 등 거래 투명성을 크게 강화했기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가상화폐로 몰려드는 신규 자금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얼마나 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생각보다 강력하게 대응하는 정부 탓에 가상화폐 시장 자체는 위축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다만 가상화폐와 별도로 블록체인에 대한 시장의 거부감이 증대되진 않을지 걱정이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은 엄연히 다른 용어지만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은 비슷한 범주 아래서 다뤄져왔다.
실제 블록체인 기술 기업을 자처하는 기업들도 지난해 저마다 가상화폐거래소를 론칭 하는 등 돈이 몰리는 분야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당한 연구개발 비용이 들어가는 블록체인 기반 기술 개발보다 당장에 이익이 시현될 수 있는 가상화폐거래소 개발에 많은 업체들이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들은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가상화폐거래소 분야에서도 강점을 가질 수 있다고 얘기하지만 블록체인거래소는 거래 편의성과 거래 시스템에 대한 보안이 중요한 선결과제로 블록체인 기술 자체의 중요성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여하간 국내에서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은 따로 떼어서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두 사안은 한 몸처럼 다뤄지고 있다. 시장의 플레이어가 동일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문제는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제제 기류가 자칫 애꿎은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도 타격을 주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다.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가상화폐’라는 단어가 부각되는 것에 난색을 보이기도 했다.
서비스 상 가상화폐가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해보면 가상화폐가 서비스의 한 부분임을 강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인데 보수적인 금융권의 특성을 고려하면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 끈을 고쳐쓰지 말라’는 격언이 그들에겐 예사롭지 않을 때다.
금융위원회 김용범 부위원장은 ‘가상통화 관련 금융권 점검회의’에서 “가상통화 취급업자는 가상통화 거래에 치중하기 보다는 본연의 목적인 블록체인 기술개발에 보다 힘써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차원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개발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새해를 맞아 굳이 시빗거리를 만들지 말자는 금융권 풍토와 결합해 블록체인에 대한 기술 개발과 서비스 창출이 위축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