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취재수첩] “신입사원 뽑고 싶어요, 하지만…”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정보보안업계의 인력난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원하는 인재는 찾기 힘들고, 그렇다고 신입사원을 대거 채용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구조적으로 일손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보안업계의 인사 담당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구인난은 예상보다 심각하다. “당장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사원을 가장 선호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의 한 보안기업은 개발 관련 직군에서 1년 째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보안기업도 상시 채용 중이다. 해당 기업의 인사팀 관계자는 “오늘만 3명이 또 나간다”며 매년 수십에서 100여명을 채용하는 이유라고 귀띔하면서 보안기업들 형편이 다들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보안업무에 종사하고자 하는 지원자들은 국내 보안기업보다 대기업 계열의 보안직군, 국가·공공기관, 외국계 보안기업들을 더 선호한다. 높은 업무강도를 보상할 수 없는 수준의 연봉이라면 당연한 귀결이다.

국내 1위 정보보안기업의 매출은 2000억원을 웃돈다. 보안업계에서는 사상 최초의 2000억원 매출을 달성했다며 고무됐지만 그것이 회사 구성원 모두의 기쁨이 되지는 못한다.

IT업계 특유의 역동성도 보안업계는 타 업종에 비해 떨어진다. 흥행에 성공한 ‘배틀그라운드’ 게임으로 지난해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던 블루홀이 올해 2000억원 이익을 내다보고 있다. 사람이 느끼는 행복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다. 그래서 이런 소식이들리면 괜히 맘둘곳이 없어지고 이직이 많은지도 모르겠다.

혹자는 “경력사원보다 연봉이 낮은 신입사원을 많이 뽑아 제대로 키워내면 되지 않겠냐”고 물을 수 있다.

물론 신입사원들을 구하는 것은 쉽다. “지원하는 경력사원이 없어서 문제지 신입사원 공고를 내면 많이 몰려온다”는 게 보안기업 인사팀장의 말이다.

하지만 풍요속의 빈곤이다. 신입사원을 당장 투입할 수 있는 업무가 마땅치 않다. 특히 국가·공공사업의 경우, 과제제안서(RFP)에 투입되는 인력들에 대해서까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는데, 신입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RFP에서는 초급, 중급 등으로 구분해 필요 인력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들이 보통 채용하는 신입사원은 초급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보안기업이 스스로 부담하고 신입사원을 프로젝트에 투입할 수는 있겠지만 현실에서 그런일은 거의 없다.

한편으론 최근 이런 공공기관 RFP도 있었다. 신입직원을 채용해 투입인력에 포함시키면 가산점 2점을 더 준다고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불가능한 요구다. 입찰에 참여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당장 RFP를 검토하고, 촉박하게 제안서를 작성해야하는데 언제 신입사원 공고를 내고, 사람을 뽑을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기업의 인사팀장은 이러한 RFP를 낸 공공기관 발주처를 원망하지 않았다. 비록 청년실업 해소 차원의 보여주기식 행정에 불과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공공기관들의 이런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공부문에서 신입사원 인력채용에 대한 가산점 등 예측가능한 정책을 제시한다면 보안기업도 신입사원 운용 전략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구직자에게 취업문은 바늘구멍과도 같다. 그러나 국내 보안기업들은 오히려 인력난을 겪고 있다. 뭔가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

보안업계의 인력난을 해결하려면 결국 얘기는 원점으로 돌아오고 만다. 보안시장에서의 제값주기, 보안 기업들의 양호한 수익, 직원들의 높은 연봉, 우수한 인재들의 수혈, 결국은 보안산업의 선순환 생태계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야할 시기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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