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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알뜰폰 왜 어려워졌나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대형마트 사업자 홈플러스가 알뜰폰 사업에서 철수했다. 이달 30일 서비스를 종료한다.

홈플러스는 단지 규모가 큰 사업자일뿐 알뜰폰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았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지도 않았다. 단순히 대형마트의 알뜰폰 진출 정도의 의미만 지닌 것이 전부다. 도매대가나 이통사의 요금인하로 인해 사업이 어려워진 경우도 아니다. 그저 열심히 하지 않았고 수익성이 좋지 않아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퇴출은 공교롭게도 정부의 이동통신 요금인하 정책, 도매대가 인하 협상 등과 맞물리며 전체 알뜰폰 업계에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제부터가 진짜 위기…요금경쟁력 상실하나=알뜰폰은 출범 이후 정부의 도매대가 인하, 전파사용료 감면, 우체국 판매 등 파격적 지원정책에 힘입어 승승장구해왔다. 포화된 이동통신 시장에서 우려를 딛고 점유율 10%를 넘어섰다.

하지만 올해 들어 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점차 이통3사 가입자 유치실적이 저조해지더니 7월부터는 더 많은 가입자를 이통사들에게 내주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큰 이유는 요금경쟁력의 후퇴다. 문재인 정부의 기본료 폐지 공약은 실행되지 않았지만 선택약정할인율 확대에 저속득층 요금감면 등으로 알뜰폰과 이통사간 요금격차가 현격히 줄어들었다. 내년 보편요금제 도입이 이뤄질 경우 알뜰폰의 최대 무기인 요금경쟁력은 더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와 SK텔레콤간 망 도매대가협상이 마무리됐지만 알뜰폰 사업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미흡했다는 평가다. 이통사에 비해 월등한 요금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상당수 가입자들이 다시 이통사로 돌아갈 수 있다.

◆정부 정책 변화해야 할 시점=지금까지 알뜰폰은 정부의 정책지원에 힘입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도 점차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도매대가 인하나 전파사용료 감면은 영원할 수 없다. 당장 전파사용료 감면이 사라지면 도산에 내몰릴 사업자들이 상당수일정도로 알뜰폰 사업자들의 기반은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정부의 지원정책도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현재의 망제공 방식으로는 알뜰폰 사업자가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기 어려운 구조다. 단순히 망 도매대가를 낮추는 것에 몰입할 것이 아니라 데이터 대량 선구매 등의 도입을 통해 사물인터넷, 특정 서비스 전용 요금제 등 특화된 상품개발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정책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현재의 정부 지원정책은 알뜰폰 요금제를 획일화 시키는 구조적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음성이 아닌 데이터 중심의 지원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 정책과 함께 사업자들의 태도 변화도 필요해 보인다. 정부가 떠 먹여주던 시대는 곧 종료되기 때문이다. 선불, 음성 등 저가 요금제 사업자로 남을 것인지, 차별화된 알뜰폰 사업자로 남을지를 선택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대고객 업무나 시스템 투자 등도 고려해야 한다. 저렴한 요금제만으로는 이용자 선택을 받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여기에 수년뒤 SK텔레콤이 망의무제공사업자 지위를 벗는 순간 협상은 더 어려워진다. 그때를 대비해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

단순히 싼 요금제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차별화된 상품 개발에도 매진해야 한다. 올해 SK텔링크가 선보인 ‘공부의 신’ 상품은 데이터를 없앤 스마트폰이라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대박을 쳤다. 이통사가 특정 고객층에 혜택을 더 주면 차별 논란이 벌어질 수 있지만 알뜰폰은 노골적으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일 수 있다. CJ헬로의 반값 요금제, CGV·빵 요금제 등도 참신한 아이디어로 인기를 끌었던 요금제다.

알뜰폰은 지금까지는 온실속에서 쑥쑥 성장해왔다. 정부의 햇볕정책은 계속되겠지만 이전만큼 파격적인 우대정책은 쉽지 않아보인다. 이제는 온실밖에서의 생존을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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