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고 들어간 도시바, 3개 주체와 매각 협상 지속

이수환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도시바가 결국 메모리 사업부 매각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정리를 하지 못하고 한미일 연합, 신(新) 미일연합, 그리고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과 협상을 이어간다는 원론적인 내용만 내놨다.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에는 다행스러운 소식이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음에도 웨스턴디지털(WD)의 신 미일연합에 밀리는 양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31일 도시바는 이사회가 끝난 후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이사회에서 매각 상황을 검토했으나 공개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며 “한미일 연합, WD, 폭스콘 등 3개 진영과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려진 대로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한미일 연합은 WD가 국제중재재판소와 미국 법원을 이용해 도시바를 전방위로 압박하면서 입장이 달라졌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내외신을 가리지 않고 신 미일연합이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결국 김칫국만 마셨다.

신 미일연합에는 미국의 투자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일본 산업혁신기구(INCJ)·일본정책투자은행이 포함되어 있다. INCJ는 그대로지만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 대신 WD, KKR가 참여하는 형태다. 전체 매각규모는 2조엔(약 20조3300억원)으로 한미일 연합과 큰 차이가 없다.

스티브 밀리건 WD 최고경영자(CEO)와 쓰나가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은 큰 틀에서의 합의는 이끌어냈으나 출자비율, 경영권에서 이견을 보이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신 미일연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한미일 연합을 무시하면서까지 전면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이 없었고 각국의 반독점 문제, 그리고 한미일 연합이 애플을 내세우면서 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다만 폭스콘은 기술유출 우려로 사실상 구색 맞추기에 가깝다는 점, WD의 압박이 실효를 거뒀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시간이 문제이지 신 미일연합의 연막작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고를 거듭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간을 벌어 WD에 도시바메모리를 원활하게 매각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얘기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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