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통신3사가 고민에 빠졌다. 정부가 9월 15일부터 선택약정할인율을 20%에서 25%로 상향조정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수용과 정부를 대상으로 한 소송 두가지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사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정부와 소송을 준비하거나 전산시스템 조정 등 제도 시행을 준비하거나 둘 중의 하나를 택해야 한다.
정부안이 후퇴할 가능성은 없다. 정부는 사업자와 협의는 진행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통신사에 시행을 통보했다. 대통령 공약으로 추진되는 만큼, 정부는 한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워낙 강경한 입장이다보니 통신사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통신사들의 선택을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두 가지 경우의 수 모두 존재하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지금까지 통신정책 주무부처와 법적다툼을 벌인 적이 없다. 기본적으로 규제산업이고 주파수, 접속료 등 눈치를 봐야 할 곳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통신3사 모두 정부안을 수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통신분야는 단순한 산업적 규제가 아니라 대선, 총선 등에서 빠지지 않고 공약이 제기될 만큼 파급력이 큰 곳이다. 그러다 보니 사업자 자체의 의사결정도 중요하지만 정무적 판단이 필요할때는 그룹의 개입도 종종 벌어지곤 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나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의 경영전략도 중요하지만 그룹의 결정에 따라 판단은 180도 뒤집힐 수 있다. KT는 다른 그룹사와 지배구조가 다소 다르지만 의사결정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정부에 반대 입장을 피력한 통신사들이지만 정면에서 반대 목소리를 낸 사업자는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 통신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소송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통신비 인하 방안이 이번 할인율 확대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선택약정할인율 확대 뿐 아니라 저소득층 요금감면, 보편요금제 도입,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 등 여러 정책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정부가 예상하는 저소득층에 대한 요금감면 효과는 약 5000억원, 선택약정할인율 확대로 인한 효과는 중장기적으로 1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사업자당 연간 수천억원의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는 얘기다. 보편요금제의 경우 실질적인 요금인하보다는 제공량 확대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이용자들이 저렴한 요금제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알뜰폰 경쟁력 확대도 부담스럽다. 지금은 대부분 3G 등 음성 요금제에 국한돼 있지만 알뜰폰 사업자들의 데이터 경쟁력이 높아질 경우 LTE 시장도 일정부분 내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들어오는 것은 없다. 지난해 통신3사는 주파수 할당대가, 전파사용료 등으로 1조원 이상의 돈을 정부에 냈지만 정부는 저소득층 요금인하 등 복지차원의 정책에 대해서도 분담하겠다는 계획도 비치지 않고 있다. 주파수 대가에 대한 부담완화 차원에 배려도 없는 상황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과거처럼 기본료 1000원 폐지나 가입비 폐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정책이 줄줄이 대기해 있는 상황”이라며 “정책마다 수천억원의 파급효과가 예상되다보니 통신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토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