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디지털 트윈’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장미 대선이 다가오면서 대선주자들이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내세우는 ‘4차산업혁명’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IT업계에선 4차산업혁명과 함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변혁)’ 띄우기에 여념이 없다.
둘 다 막연하게 느껴지지만, 여기에서 한 걸음 안으로 들어가면 결국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라는 개념과 맞딱뜨리게 된다. 디지털 트윈은 직역하면 ‘디지털 쌍둥이’다.
마치 인터넷 채팅이나 온라인 게임 등 사이버 공간에서 이용자의 분신처럼 사용되는 가상 자아 그래픽 아이콘이 연상된다. 디지털 트윈은 마치 아바타처럼 물리적인 자산을 소프트웨어(SW)로 가상화한 것을 뜻한다.
에너지나 항공, 헬스케어, 자동차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디지털 트윈을 이용해 생산성 증대와 감가상각, 돌발변수와 같은 예측 불가 요인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특히 물리적 자산에 부착된 센서 데이터를 통해 디지털 트윈에서 정확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현재 상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함께 다양한 변화가 대응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3~4년 내 수백만개의 사물이 디지털 트윈으로 표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풍력발전기 같은 제품은 제작단가가 높고, 기후 등 주변 환경에 맞게 제대로 설치해야 한다. 일단 판매되면 오랜 기간 사용되고, 풍차 상태를 점검하는 기술자가 발전소에 상주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GE 같은 업체는 일찍이 “우리가 생산하는 모든 제품의 디지털 트윈을 만들고 생산 공정에도 디지털 트윈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하고 실제 이를 실행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도 GE가 만든 용어다. 이처럼 디지털 트윈은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여겨진다.
단순히 사물 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을 정보화한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도 큰 의미에선 디지털 트윈의 범주에 포함된다. 형원준 SAP코리아 대표는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결국 4차산업혁명은 기업 입장에선 돈을 벌 수 있는 개념이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앞으로 가야할 투비(to-be)를 잘 그려놓고, 기존의 IT 예산을 잘 활용해 디지털 변혁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리적 세계(피지컬 월드)를 바꾸려면 돈이 많이 들지만, 디지털 세계는 최소의 비용을 들여서도 자주 시나리오를 변경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4차산업혁명이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생존을 위한 비즈니스 전략이자 모델이지, 특정 기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시장과 고객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클라우드나 모빌리티, 소셜, 빅데이터 분석, 사물인터넷(IoT), 로보틱스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 혹은 이를 포괄한 디지털 트윈과 같은 개념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해 고객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 및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또, 기술 뿐만 아니라 리더십과 운영모델, 인력의 혁신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
십여년 전에도 ‘e비즈니스’ 등과 같은 용어가 유행이 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큰 개념의 차이는 없지만, 기술의 성숙도는 많이 바뀌었다. 예전의 IT가 기존의 비즈니스를 지원한다는 개념이었다면, 이제는 IT를 활용하지 않으면 기업 비즈니스를 수행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4차산업혁명이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구호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 기업의 성장을 이끌 동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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