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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출범②] 은산분리 완화에 '미묘한 온도차'...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숙제

이상일

금융위원회 임종룡 위원장이 케이뱅크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임종룡 위원장이 케이뱅크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정무위원장과 4당 국회의원들이 모여 계시니 이 자리에서 의결을 했으면 좋겠다.”

금융위원회 임종룡 위원장은 3일 광화문 KT스퀘어 드림홀에서 개최된 케이뱅크 출범식에서 인사말 도중 아쉬움을 드러냈다. 평화은행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그것도 국내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첫 발을 내밀었지만 온전한 걸음마를 걷기에는 법적 난관이 여전히 굳게 그 문을 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은산분리 완화다. 그러나 이에 대한 각 정파별 입장은 여전히 미묘하게 갈리고 있다. 겉으로는 한 목소리로 '규제 완화'를 외치지만 그 결은 조금씩 다르다.

케이뱅크 입장에서 본다면, 무엇보다 5월9일 치러질 대통령선거 결과, 누가 차기 여당이 되느냐부터가 중요하다. 더 들여다보면, 인터넷전문은행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천송이 코트' 발언에서 촉발된 '박근혜 정부의 유산'으로 볼 것인지가 사실 정책적 의사 결정의 민감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를 늘리는 내용의 은산분리 완화와 관련해 현재 국회에 관련 법이 계류 중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의 증과로 당분간 법안 통과는 지난한 상태다.

만약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케이뱅크 역시 반쪽짜리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은 케이뱅크 뿐만 아니라 카카오뱅크, 그리고 관련 업계에서도 문제로 지적해왔다.

이 날 케이뱅크 출범식에 초대된 국회의원들도 인사말을 통해 이러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마침 이 날 이진복 정무위원장을 비롯해 민병두, 김용태, 김한표, 김관영 의원 등 4당 의원들이 모두 자리에 참여했다. 이들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했던 국회 의결 과정에 대한 소회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진복 국회 정무위원장은 “정무위원회가 법을 보완하고 통과하기 위한 준비를 했으나 만족스런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 인터넷은행이 외국 다른 곳보다 늦었다. 완벽한 준비를 위해 입법을 진행했지만 각 정당이 모두 뜻을 모으지 못했다. K뱅크 축하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자괴감이 든다”며 “(이 자리에)4당 국회의원이 다 왔는데 걱정하는 많은 부분이 합의가 되어 모두가 원하는 법들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해본다”고 밝혔다.

민병두 의원(민주당)은 “20년전에 실리콘밸리에 방문했을 때 당시 지역지 기사에 ‘미래가 가장 빨리 오는 곳 실리콘밸리’라는 기사가 실렸다. 늘 새로운 산업의 기회를 여는 것은 규제완화가 필요하고 이는 신중하게 같이 가야 할 것이다. 앞으로 내손 안의 금융, 병원 등 미래 변화가 올텐데 우리가 주저하거나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정치권에서 많은 노력을 통해 새로운 산업의 기회를 열고 국민의 편익을 제공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용태 의원(바른정당)은 “케이뱅크 지분관련 문제 외에 추가로 필요한 것이 규제 완화, 개인정보를 활용한 비즈니스 기회 등인데 국회에서 지난 10년간 노력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안됐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강화 주장이 맞서서 의미 있는 금융개혁의 물꼬를 트지 못했다. 새로운 정부가 리스크 테이킹을 통한 새로운 세계를 열러 젊은이들을 위해 금융시장에서 돈을 벌고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 체계를 뜯어고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한표 의원(자유한국당)도 “자본을 늘려 제대로 된 케이뱅크 출범을 바랬는데 미치지 못했다. 이 산업이 잘 발전되기를 바라고 일자리도 많이 생기기 바란다. 멋진 은행이 되어서 국민들 사용하는데 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관영 의원(국민의당)은 “작년에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적 출범과 안착을 위해 특별법 발의도 했고 토론회도 거쳤다. 법 통과 위한 노력도 했다. 하지만 국회 의사결정 구조상 쉽지 않았고 설득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들 5명의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법 통과에 나름 주목하면서 협의를 진행해왔지만 각 당의 입장차이를 좁히는 데는 실패했다. 5월 대선이 현실화된 시점에 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무리라는 의견이 팽배하다.

차기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칠지 아직 예단할 수는 없지만 전 정권의 결과물인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당국의 기조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김관영 의원이 “케이뱅크가 기존 은행과 뭐가 다른지 영업방식과 실적을 내고 은산분리 완화 걱정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노력을 하면 국회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 생각에 동조하는 물꼬가 터지지 않을까 한다. 같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본다”고 얘기하기도 했지만 결국 이는 케이뱅크가 성공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규제 완화의 ‘이유’와 성공을 위한 ‘요건’이 서로 맞물리고 있는 모양새다.

법 시행이 물리적으로 여의치 않을 경우 케이뱅크는 22개 컨소시엄 참여 업체가 다시 출자를 하는 방법이 모색된다.

하지만 이 역시 케이뱅크가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주사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 전제된다. 케이뱅크를 이끌고 있는 KT로선 정치와 다른 또 다른 ‘협치의 묘’를 보여줘야 하는 부담감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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