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리사 수, AMD 전성기 이끌까?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AMD가 다시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미세공정의 한계,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의 변화, 이전과 비교해 달라진 인텔의 움직임 등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당연하지만 기대감은 기대감일 뿐이다. 수년 동안 적자에 허덕였고 인텔과의 격차를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가야할 길이 멀기 때문이다. 물론 2010년 이후 주가가 가장 높은 수치(주당 15달러)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지금의 AMD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리사 수 CEO다. 그와는 2011년 미국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프리스케일(NXP→퀄컴)에서 네트워킹 및 멀티미디어 사업부 전무였는데 이듬해인 2012년 AMD 수석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2014년 최고경영자(CEO)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처음 인사를 나눈 리사 수의 이미지는 꼼꼼함으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다. 몇 가지 질문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정확한 의미를 전달받기 위해 단어를 구체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옆에 있던 프리스케일 본사 직원의 난처한 모습이 얼굴에 비칠 정도였다. 인터뷰가 끝난 후 사내에서 군기반장일 정도로 굉장히 엄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반도체에 대한 이해가 누구보다도 높으며 수준 높은 엔지니어라는 설명이 따라왔다.
부끄럽지만 나중에서야 그가 IBM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 제조공정에 필요한 재료 가운데 하나인 알루미늄을 구리로 대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구리는 알루미늄보다 신호 전달이 더 우수하다. 그래서 배선재료로 쓰면 CPU의 성능을 한층 높일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가공이 쉽지 않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반도체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셈이다.
그래서 리사 수가 AMD의 CEO에 임명됐을 때 현실적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했다. AMD가 인텔보다 CPU 성능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미세공정 차이였다. 아키텍처도 영향이 없진 않겠지만 원가절감, 전력소비량, 성능 측면에서 미세공정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인텔이 45나노였을 때 AMD는 65나노로 1세대 가량 차이가 났으니 처음부터 경쟁이 어려웠다고 봐야 한다.
이전 경영진과 달리 리사 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공법을 택했다. 그동안 AMD는 새로운 CPU를 내놓을 때마다 ‘이번에는 다르다’고 외쳤지만 뚜껑을 열면 인텔보다 못한 성능으로 본의 아니게(?) 양치기 소년 이미지가 굳어졌던 터였다. 여러 가지 해결과제가 산적했지만 리사 수에게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위탁생산(파운드리) 역량의 강화였다. 경영 악화로 독일 드레스덴 공장을 매각한 이후 파운드리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절실했다.
AMD 파운드리를 담당하고 있는 글로벌파운드리(GF)는 삼성전자, IBM과 함께 반도체 생산 관련 공통 기술을 함께 개발하는 커먼 플랫폼(Common Platform) 연합을 결성했고 빠르게 미세공정 차이를 좁혔다. 최근 발표한 ‘라이젠’ CPU는 인텔과 마찬가지로 14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지고 GF는 10나노를 건너 뛰어 7나노 공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적어도 미세공정에 있어서만큼은 격차가 없어졌다.
AMD 라이젠은 전례 없는 관심을 받고 있다. 인텔 최상위 모델인 코어 i7보다 성능이 높게 나와서다. 마치 2000년 세계 최초로 1GHz 클록에 도달하며 전성기를 열어준 ‘애슬론’과 비슷한 반응이다. 인텔은 아무런 반응이 없으나 일부 CPU 공급망에서는 가격 인하와 같은 움직임이 감지됐다. AMD에게는 새로운 전환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사 수는 이민자(대만) 출신 여성 엔지니어 CEO다. 같은 케이스로는 엔비디아 젠슨 황이 있다. 성별은 다르지만 두 사람은 1960년대에 대만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온 이후 반도체 업계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시기는 다르지만 AMD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인텔이라는 공통의 경쟁자를 상대하고 있으며 그 어느 때보다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상태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인텔을 충분히 위협했고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이번에는 CPU에서 AMD가 실력을 보여줄 차례일지 모른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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