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IT오프쇼어링, 진지하게 고민할 때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최근 한 중견 국내 IT서비스업체의 인도법인장을 만났다. 인도에서만 10여년 동안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에서 몸담아왔던 그는 인도의 개발인력 자원을 국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기자에게 구했다.
물론 기자는 IT서비스기업의 해외 인력 활용에 대해선 단편적으로 밖에 몰랐다. 때문에 대화는 주로 그가 말하고 내가 기자가 듣는 식으로 이뤄졌다.
그가 말한 요지는 단순했다. “인도 방갈로르에만 몇 백만명의 개발자가 있는데 이러한 개발자 자원을 글로벌 업체들이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쉽다”는 말이었다. 인포시스, 위프로 등 글로벌 IT오프쇼어링 시장의 강자가 모두 인도 업체다. 이러한 인도 개발인력을 활용해서 세계 각 기업이 고품질의 개발 결과물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 나라에서 해외 IT인력을 활용하려던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인도측과 협력한 인력 비즈니스 모델이 제시된 바 있다. 또 삼성SDS, LG CNS, SK(주) C&C 등 해외에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대형 IT서비스업체들도 해외 현지법인의 IT개발자를 활용해 초보적인 형태의 개발 오프쇼어링을 진행한바 있다.
일부는 금융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과정에서 단순 코드개발 업무를 해외에 오프쇼어링 한 경험도 있다. 하지만 제한된 분야에서 단순 작업을 벗어나진 못했다.
해외 IT오프쇼어링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이유중 대표적인 것이 언어다. 영어로 소통하는데 익숙한 인도와 달리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 물론 '개발 언어'에는 국경이 없다지만 업무 지시와 소통은 언어로 이뤄지는 만큼 언어의 장벽이 가장 크다.
이에 대해 기자가 만난 이 법인장은 “일할 수 있을 정도의 언어교육. 에티켓 교육을 통해 인도 개발자의 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 법인장은 그러면서 자신의 생각이 꿈에 불과할지를 물었다. 그의 질문에 속시원한 답을 해줄 수 없었지만,그의 고민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했다.
아마도 그가 세계 시장의 역동적인 IT 환경과 비교해 오히려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는 국내 IT서비스 시장의 현실에 더욱 공허함을 느낀 탓이라고 생각됐다. 실제로 그는 지난 2012년 폐지된 ‘SW기술자 등급제’ 등 경력에 따라 노임이 정해지는 국내 단가책정 문화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인도 IT개발자를 국내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역할을 타진해 보겠다"면서 말을 끝냈다. 이를 위해서는 언어 교육과 문화, 등 넘어야할 산이 많다.
그동안 해외 IT시장 진출은 국내 IT업체들에게 시장 개척의 의미와 함께 새로운 수익시장으로서의 접근이 뚜렷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이런 과정에서 양질의 IT개발자 등 해외의 인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되어선 안된다. 수익창출도 중요하지만 비용절감도 기업의 경영에 있어서 중요한 화두라는 점에서 해외 IT개발 인력의 국내 활용 문제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주제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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