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사이버안보법', 제대로 본질을 살리려면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아무리 국가의 존립에 시급하고 정당한 법이라 할지라도 만약 그것이 본질에서 멀어진다면 법으로서의 권위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특히 입법의 취지가 본질에서 벗어나 '정치적 수단이나 도구'로 변질된다면 오히려 안하느니만 못한 사회적 갈등이 초래되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이런 관점에서 봐야 할 것이 최근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는 국가사이버안보기본법(이하 '사이버안보법')이다.
몇달간 지속되고있는 탄핵 정국의 격랑속에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슈지만 잠재적 폭발력은 매우 크다.
앞서 사이버안보법은 이미 지난해 2월, 정치권이 강력하게 격돌했던 '테러방지법'의 국회 통과 당시에도 대략적인 방향성이 언급된 바 있으나 최종 입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 일각을 비롯해 관련 부처, 단체들을 중심으로 사이버안보법 제정 논의가 점화되는 모양새여서 점차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주호영 바른정당 의원과 국가사이버안전연합회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국가사이버안전정책포럼’도 이런 움직임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물론 아직은 사이버안보법을 놓고 여, 야가 정면 충돌하는 상황은 아니다. 탄핵 정국이 자연스럽게 대선 정국으로 넘어가면서 정치권의 관심에서 여전히 한 발짝 떨어져 있다.
그러나 시간의 문제일뿐 사이버안보법은 언젠가는 정치권의 격렬한 논쟁과정을 거쳐야 할 '뜨거운 감자'다.
일단 여, 야의 입장차이를 떠나 사이버안보법의 입법 취지는 그 자체로 바람직하다. 더욱 심화되고 있는 IT기반의 정보유통 구조와 바례해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또한 공공및 국방, SOC(사회간접자본) 등 국가의 존립과 관련한 기간 인프라를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철저하게 방어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처럼 대한민국에 사이버안보법이 시급히 존립해야 할 근거는 차고 넘친다.
나아가 이미 국가간 전쟁의 무대는 사이버전으로 옮겨가고 있고, 또 사이버전의 결과는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이 때문에 주요 선진국들은 국가의 중요한 자산이 담긴 데이터를 지키기 위해 사이버국방에 대한 경계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상황이 시급하더라도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이 사이버안보법의 본질에 충실하기위해 필요한 '사회적 합의'다.
자칫 사회적합의에 이르는 과정에서 여, 야, 보수와 진보간의 이념싸움으로 변질된다면 법의 존립 자체가 유명무실하게 될 우려가 크다.
여권과 정부는 북한의 사이버위협에 대응하기위해 사이버안보법을 폭넓게 활용하자는 취지다. 북한의 사이버공격을 법의 존립 이유로 보는 것이다.
반면 야권과 진보진영에서는 정부안대로 사이버보안법이 제정될 경우 민간인 사찰과 같은 심각한 인권 침해, 나아가 권력의 통치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현재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은 '사이버안보법의 실행 체계'다. 정부안은 대통령 소속의 국가사이버안보정책 조정회의와 국정원의 국가사이버안보센터를 중심으로 한 사이버보안 실행 조직을 갖추자는 것이다.
반면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정부안대로 갈 경우 국정원의 과도한 권한 집중이 우려되고, 자칫 권력의 통치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사이버안보법을 보는 관점에서부터 양측간의 상당한 간극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본다면, 사이버안보법은 발전적인 방향에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보다는 보수와 진보로 나눠 정쟁의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곧 대선정국이 도래하기 때문이다.
사이버보안법은 시급한 사안이다. 하지만 본질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면 논의를 아예 보류시키고, 몇개월 더 기다렸다가 대선정국이후 논의를 재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헌재의 탄핵심판 일정이 중요 변수이긴하지만 정치권에선 4월말 또는 5월초로 대선 스케줄을 잡고 있는 듯 하다. '튼튼한 사이버국경'을 세우는 데 필요하다면 사이버안보법의 사회적합의는 대선 이후가 적당하다. 어느때보다 차분하고 지혜로운 대응이 요구된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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