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CEO들의 올해 핵심 키워드는?… "디지털금융 위한 플랫폼 비즈니스"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연초에 발표되는 금융회사 CEO의 신년사에는 거의 빠짐없이 사자성어가 등장한다. 대부분 귀에 익숙하지 않은 사자성어다. 뭔가 대단한 의미를 가졌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뜻풀이를 해보면 별내용은 아니다. 그냥 쉬운말로 풀어보면 '어렵지만 올해도 열심히 하자', '위기가 기회다'. '리스크관리 잘하자' 정도의 메시지다.
그리고 사자성어 못지않게 등장하는 게 '디지털 혁신'과 관련한 단어다. 예전엔 IT및 정보화 관련메메시지의 양이 줄었지만 지금은 상당히 많은 양을 할애하고 있다.
연초 주요 금융그룹 CEO들의 신년사가 발표되고 있다. 해에도 역시 대부분의 금융사 대표들이 디지털 혁신에 대한 주문을 신년사에 할애했다. 새해 금융권의 주요 화두가 '디지털'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위험 가운데서 디지털 역할 강조=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KB’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윤 회장은 “고객의 금융거래 방식은 금융의 디지털화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온·오프라인 심리스 서비스(Seamless Service) 제공을 위한 비대면 서비스는 언제 어디서나, 더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채널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디지털 금융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중단 없는 혁신을 통해 미래금융을 선도해야 한다. 사물인터넷, 머신러닝, 인공지능(AI) 등 첨단 신기술이 지구촌 곳곳에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다”며 “데이터분석, 로보어드바이저, 생체인증 등 금융과 기술이 융합된 핀테크 영역에는 인력을 늘이고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조용병 행장은 ‘혁신’을 강조했다. 조 행장은 “4차 산업혁명이란 거대한 변화 속에서 신한의 성공을 이끌어 온 많은 것들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이제 ‘신한’의 뿌리인 ‘신한정신’ 이외에 모든 것을 바꿔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며 디지로그 관점에서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업무 효율성을 제고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을 강조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빌 게이츠가 선언한 것처럼 ‘금융은 필요하지만 은행은 사라질 것이다(Banking is necessary. Banks are not.).’라는 말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며 “유사한 금융상품을 가격 경쟁이나 프로모션으로 푸시(Push)하는 공급자 중심의 영업방식으로는 더 이상 스마트한 손님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가 없다. 이제는 금융기관끼리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라 타 업종과 무한 경쟁을 펼쳐야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은행 이광구 행장은 “최근 급속한 핀테크 기술의 발달과 계좌이동제의 시행으로 ‘주거래은행’의 개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위비 원 ID 서비스와 위비톡 기업계정을 활용해 위비플랫폼 고객수를 배가토록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금융 지원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경섭 농협은행장은 “좋은 위치에 지점을 내고 고객을 맞이하던 시대는 끝났다. 인공지능 등이 핵심인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다가오며, 로보어드바이저 도입과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 등 금융환경을 급격히 바꾸고 있다”며 핀테크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글로벌 시장으로 발을 넓히겠다고 강조했다.
새마을금고 신종백 회장은 “비대면 실명확인 모바일 특화상품 등 차별화된 신상품을 출시해 금융상품의 다양성을 제공함은 물론 온라인 채널 경쟁력 강화를 위해 모바일 금융 플랫폼 서비스(가칭 MG모바일뱅크)를 구축해 금고의 영업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금고 전산운영의 안정성 제고를 위한 통합 새마을금고 IT센터 건립을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BNK금융그룹은 2일 시무식을 통해 ‘투뱅크-원프로세스’ 본격 추진의 원년이라는 목표 아래 ▲모바일 플랫폼, 빅데이터 등 핀테크를 활용한 고객밀착 영업 확대와 ▲선제적인 자본적정성·자산건전성 관리 ▲국내외 영업구역 확대와 틈새시장 개척 등 신규 수익원 발굴 등을 제시했다.
◆플랫폼 비즈니스 원년=플랫폼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됐다. 디지털 뱅킹 시대에 플랫폼은 기존 여수신 기반의 은행들에게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은행들이 메신저 서비스에 나서거나 ‘이모티콘’ 등 디지털 콘텐츠 생산에 나서는 이유는 디지털 시대는 플랫폼 전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조용병 행장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초점을 맞춰, ‘One Shinhan’의 플랫폼을 활용한 경쟁력 있는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바일에서 필요한 것을 찾고 영업점, 콜센터를 통해 상담하며 상품을 가입하는 과정이, 쉽고 편리하게 이루어질 때 진정한 고객 만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은 ‘오가닉 비즈니스’를 강조하고 나섰다. ‘하나멤버스’로 금융권 멤버스 서비스 경쟁을 촉발시키고 ‘핀크(Finnq)’와 같은 생활금융플랫폼 서비스 합작사를 설립한 하나금융은 고객이 스스로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가는 ‘오가닉 비즈니스’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김 회장은 “800만 회원을 향해 가는 하나멤버스도 이제는 손님이 스스로 홍보할 수 있도록 손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서비스를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하나멤버스도 플랫폼 경쟁을 뛰어넘어 ‘오가닉 비즈니스’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위비뱅크 등 모바일 뱅크 전략을 선도적으로 구사한 우리은행도 플랫폼 네트워크 확장에 나선다. 우리은행 이광구 행장은 “위비플랫폼과 유통, 헬스케어, 교육 등 온/오프라인 생활밀착형 플랫폼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타행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킬러콘텐츠(Killer Contents)를 개발, 최고의 금융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권의 디지털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변화도 주목된다.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는 “지급결제분야에서의 디지털 혁신에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금융기관, IT기업 등과의 협력을 통해 핀테크, 분산원장기술, 바이오인증 등의 활용 기반을 확충해야 하겠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원활한 출범과 정착을 지원하고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도 차질 없이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해 “디지털통화 발행형태, 기술체계, 그리고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연구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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