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가격 8VSB도 콘텐츠 대가를?…CPS 협상 꼬인다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지상파 방송사들이 아날로그 케이블TV 방송 가입자의 디지털 복지 향상을 위해 도입된 8VSB(8-Vestigial Side Band) 상품에까지 콘텐츠대가를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디지털전송규격인 8VSB는 지상파 디지털TV 전송방식 표준이다. 셋톱박스 없이 디지털TV를 통해 디지털 케이블 방송 직접수신이 가능하다.
8VSB는 방송의 디지털전환에도 불구 여전히 많은 이용자가 아날로그 방송을 고집하고 있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서비스이다.
저렴한 가격의 아날로그 방송상품 가입자도 디지털TV만 있으면 디지털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하지만 양방향, 주문형비디오(VOD) 등 디지털방송의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할 수는 없다. 화면만 디지털로 구현하는 반쪽 디지털방송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이 8VSB 가입자에 대해서도 콘텐츠대가를 요구하며 케이블과 지상파간 CPS 협상이 더욱 난항에 빠지고 있다. 지금까지 콘텐츠대가협상은 디지털방송만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아날로그 방송 시절에 케이블이 지상파 방송을 재송신 하지 않으면 사실상 시청하기 어려웠던 만큼, 지상파가 콘텐츠 대가를 요구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법무법인 세종의 이종관 전문위원은 "과거 케이블 RO 허가권을 줄때에는 지상파 난시청 지역임을 입증해야 줬다"며 "케이블은 지상파 난시청 해소 플랫폼이었고 이는 2003년 방송위원회 요금인가지침에도 명시돼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8VSB의 서비스 형태다. 8VSB 서비스 화면구현은 디지털이지만 요금형태는 아날로그다. 8VSB 상품은 SO마다 차이는 있지만 4000원 수준이다. 아날로그 상품 가격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도입됐다.
때문에 SO들은 8VSB에 CPS를 적용할 경우 디지털전환율이 낮은 개별SO들이 큰 타격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들은 CPS를 280원에서 400원 이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만약 400원 이상으로 인상될 경우 SO는 8VSB를 통해 수익을 남길 수 없는 상황이 된다.
SO는 통상 PP들에 대한 수신료를 25% 가량 배분한다. 종합편성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약 5% 가량이 나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지상파 방송사에 1200원 이상(400 x 3)을 지불하고 수수료 등을 빼면 1000원 정도가 남는다고 한다. 수신료의 70% 이상이 콘텐츠대가로 나가는 것이다. 운영,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안하면 이익은 커녕 적자를 우려해야 할 판이다.
지난 29일 국회서 열린 유료방송 발전방안 세미나에서 개별SO인 이한오 금강방송 대표는 "신규서비스, 고가 서비스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가입자들이 있다"며 "만약 SO가 이런 가입자를 끌어안지 않았다면 지상파의 디지털전환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정민 전남대 교수도 "8VSB는 아날로그 가입자의 복지 차원에서 도입된 것"이라며 "서비스가 아날로그 성격에 가까운 만큼 재송신 협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종관 전문위원은 "과도기적 서비스로 틈새 계층을 지원할 수 있다면 공적인 정책으로 지원해주는 것이 맞다"며 "CPS나 채널 부분에서 일반 디지털 상품과는 다르게 접근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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